[뉴스해설] 미 의회 산하기구 `중국 이미 대북 제재 완화’ 근거 미약

  • 윤국한

지난 6월 중국 단동의 중조우의교(조중우의교) 인근 적하장에서 북한 번호판을 단 화물차가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에 관한 미 의회 산하기구의 보고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 외에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연례보고서 내용 가운데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에 관한 부분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네요?

기자) 시기적으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이 최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선 만큼 안보리 결의에 담긴 조항에 따라 제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바로 지난주에 미국과의 고위 외교안보 대화에서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에 합의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중국은 안보리 대북 제재를 계속 전면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회의에는 미국에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 중국은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웨이펑허 국방부장이 참석했는데요, 미 국무부에 따르면 양측은 “안보리 제재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보고서는 중국이 이 합의를 어기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단정한 건 아닙니다. 보고서는 “중국이 이미 제재 집행을 느슨하게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선박 간 환적과 원유 수출 가능성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국경도시에 북한 노동자들이 유입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하고, 북-중 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것 등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안보리 제재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의 공식 통계에서 보고서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나요?

기자) 아닙니다.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중 교역은 올 들어 계속 줄고 있습니다. 해관총서가 지난 8월 발표한 1월부터 7월까지 북-중 교역액은 12억 9천91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6% 줄었습니다. 특히 중국의 북한산 물품 수입은 1억2천441만 달러로, 무려 88%가 줄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중 간에 밀무역이 증가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보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6월 각료회의에서 북-중 국경 지역이 “조금 약해졌다”며 유감을 나타낸 적이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였는데요, 이 무렵 중국의 대북 제재가 약화되고, 이에 따라 비공식 교역이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비공식 교역은 중국 당국의 무역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국경지역에서의 밀무역을 용인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밀무역은 대체로 지방정부의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경 지역의 지방정부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북한과의 밀무역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전반적으로 안보리 제재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보고서도 밀무역에 따른 문제를 지적한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보고서는 언론 보도를 주요 자료로 인용하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이 대북 제재 집행을 완화하고 있다는 관측의 근거로 제시한 것도 지난 6월5일자 `뉴욕타임스’ 신문의 보도 내용입니다. 신문은 북한과 인접한 훈춘발 보도에서, 중국의 의류 공장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수산물시장에서는 북한산 게가 팔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상인들이 현금을 들고 북한을 드나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공공연히 위반하면서 북한에 경제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어떤가요?

기자)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한데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국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동참할 필요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오늘(15일) 기자들에게, “중국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 가장 많은 대북 제재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