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비핵화 진전 없어…‘상응조치’로 인한 미한 갈등 우려”

지난 2012년 4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에 은하-3호 장거리 로켓이 발사대기 상태로 세워져있다. 북한은 19일 남북 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의사를 보인 미사일 실험장 등 폐쇄 역시 미국이 비핵화 절차에 따라 요구한 게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상응조치” 문제로 미-한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유관국 전문가 참여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쇄하며,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는 겁니다.

전직 대북협상가들은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first part is meaningless. We know that these words doesn’t have any value. So I would discount that completely. I think that the second and third represent modest progress. The second one, of course there is nothing new with the commitment to destroy the facilities, because North Korea promised that way back in the Singapore meeting.”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1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과거 수 차례에 걸쳐 “한반도 비핵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이 약속을 다시 받은 것은 아무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김정은 역시 자신 명의의 성명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말해온 문구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남북간 분위기는 개선됐지만 비핵화에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don’t think it is done much on denuclearization. It certainly improved the atmospheric on the peninsula in a way I think is historic and certainly unprecedented. I don’t think however there is a big change in denuclearization.”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비핵화 조치에는 미국이 원하는 핵 신고 등 자세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는 미국과의 비핵화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se are self-selected measures that I don’t think speak to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They are certainly not bad measures, but they are the measures that North Koreans have chosen rather than measures that have come out of denuclearization process. I would like to see an organized process of denuclearization rather than a random choice of events that seem to have political and that seem to appear to have significance when… perhaps they don’t.”

북한이 임의적으로 결정한 행동 대신 제대로 된 협상에 따른 조직적인 비핵화 조치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이 결정한 이런 조치들은 정치적 의미가 있고 중대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그러나 미사일 시설 폐기에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것은 일종의 진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사일 실험장 폐기 자체는 직접 참관하지 않아도 위성 등으로 볼 수 있어 참관이 무의미하지만 추후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에도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도록 하는 하나의 선례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뮈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평가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인 길을 밟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아울러 비핵화는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런 진전의 신호들은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향후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매우 강력한 조건을 제시할 것 같다며 미-한 동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North Korea is putting down some very strong conditions, which seem to go to the question of ROK-US alliance. So I am little bit concerned about some of the things seemed to be coming out of the summit. This speaks to the issue of the nature of the U.S.-ROK relationship, mainly the presence of U.S. forces in the peninsula, and I think this has to be very carefully evaluated.”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는 미-한 관계의 본질에 대한 것일 수 있으며, 주한미군 문제가 쟁점이 될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그리고 평화 선언이 포함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ne, we don’t know what the price tag is, we don’t know what North Korea is demanding in return for permanently dismantling Yongbyon. Without knowing the price tag, it is hard to evaluate. I assume that would include sanctions relief, security assurances and peace declaration. But unless you know the price tag, it is hard to judge.”

북한은 이런 조치를 먼저 보기를 원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영변 핵 시설이 폐기돼도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북한은 영변 외에도 무기화가 가능한 우라늄을 제조하는 시설을 갖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f course permanent destruction of Yongbyon doesn’t end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because they still retain facilities to produce weapons grade uranium outside of Yongbyon. In other words, it is another incremental step.”

마이크 푹스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VOA에 남북 관계는 좋아졌지만 비핵화에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북한의 영변 시설 폐기 의사를 받아왔지만 북한이 어떤 대가를 원할지에 추후 향방이 달려 있다는 겁니다.

[녹취: 푹스 전 부차관보] “I think the Korean peninsula is safer today than it was yesterday, but we are not any closer to denuclearization. I think that there was clear progress in inter-Korean relations…Moon got enough from Kim on nuclear issue in terms of Kim’s offer to potentially close Yongbyon to keep the diplomacy between U.S.-DPRK alive. Now the question is what price North Korea is asking for its concession. What is the U.S. willing to do in response?”

아울러 북한의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종전 선언이 될 것 같다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에 어떤 양보를 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이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면 한국이 남북 관계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재 양국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역시 영변 핵 시설 폐기 등이 이뤄진다 해도 북한의 핵 역량 자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The fact is that this is not really significant given the other things that he has done, he stopped with the nuclear testing since he had meeting. I don’t think it really changes his nuclear capability very much.”

영변 시설 폐쇄는 이미 이행 중인 추가 핵실험 중단과 마찬가지로 실제 핵 역량과는 상관 없는 조치라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김정은이 정말 중대한 조치에 나설지, 또한 미-북 관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You have got to get two concerns. One is whether Chairman Kim really doing anything significant. The other is what is going to happen to the U.S. and South Korean relations under President Moon, because it looks like he wants to go much further than the United States.”

앞으로의 상황은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 등이 주어질 수 있을지에 달렸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미-북 관계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영변 시설 폐쇄와 관련해, 김정은은 아직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벌써 6차례의 핵실험을 한 만큼, 추가로 실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1960년 김일성 때부터 핵 없는 한반도를 주장해왔다며 그의 손자인 김정은 역시 핵무력 완성을 위해 시간과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에게 속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이 직접 서명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