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남한 가수들 평양 공연 이틀 앞으로...북 주민들 반응 관심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 등이 포함된 남측 예술단이 4월 초 평양에서 두 차례 공연을 한다. 첫 번째 줄 왼쪽부터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두 번째 줄 왼쪽부터 백지영, 정인, 서현, 알리.

한국 가수와 태권도 선수 등으로 구성된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가수들이 평양 무대에 오르는 건 13년 만입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평양에서 열리는 남한 예술단의 공연 제목은 '봄이 온다'입니다.

다음달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첫 공연이 펼쳐지고, 3일에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예술단과 합동공연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북단에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 윤도현, 최진희를 비롯해 젊은 가수인 백지영과 정인, 서현, 알리, 레드 벨벳 등이 나섭니다. 여기에 최근 강산에와 김광민 씨가 추가돼 무대를 꾸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술단 공연 외에 태권도 시범단 20명도 추가돼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측 인원만 190명에 이릅니다.

한국 언론들은 출연진들이 연습한 곡을 토대로 무대에 오를 곡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조용필 씨는 '친구여'와 '꿈', '여행을 떠나요'를 준비했으며, 이선희 씨는 'J에게' 등을, 백지영은 '총 맞은 것처럼' 등 자신의 히트곡을 부를 것으로 보입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선발대는 김포공항을 출발한 전세기 편으로 지난 29일 이미 평양에 도착했고, 가수 윤상 씨를 단장으로 한 나머지 본진은 31일 또 다른 평양 직항 전세기에 탑승할 예정입니다.

한국 가수들이 평양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13년 만입니다.

지난 2005년 조용필 씨가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3년에는 이선희 씨가 통일음악회 무대에 올랐고, 윤도현 씨 등도 2002년 평양에서 공연했었습니다.

1999년에는 젝스 키스와 핑클이라는 당시 10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일명 '아이돌' 그룹도 북한에서 공연을 했었습니다.

핑클의 경우 북한이라는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검정색 옷을 입고, 댄스 노래 대신 발라드 곡을 선곡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핑클의 멤버였던 성유리 씨는 최근 한국 'K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무대를 북한 주민들이 낯설게 느꼈던 것 같다며 “무대에서 보는 관객석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썰렁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또 2003년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인 베이비복스와 신화는 평양 무대에서 격한 춤을 동반한 노래를 불렀는데, 이 때도 객석의 반응이 한국에서처럼 뜨겁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예술단에 포함된 아이돌 그룹 '레드 벨벳'의 공연에 북한 주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레드 벨벳은 '빨간맛'이라는 노래를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이들의 율동과 노래 가사는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일부 주민들도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 즉 케이팝을 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만큼, 이번 공연은 과거와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