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대사 추방…외교 공방 격화

지난달 21일 말레이시아 정부의 소환 명령을 받은 모하마드 니잔 모하마드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가 평양을 떠나 중간 기착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북한이 평양주재 말레이시아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외교 공방이 격화되면서 두 나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은 5일 오전 10시를 기해 말레이시아대사를 빈 협약에 근거해 `환영할 수 없는 인물'로 지정했다는 사실과 함께, 48시간 이내 북한을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날 강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에 대한 추방 조치를 내린 데 대한 맞대응 조치로 풀이됩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현지 시간으로 4일 아니파 아만 장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강철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추방 조치를 당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4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강철 대사는 6일 베이징 행 항공편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대사 추방 조치에 북한이 동일한 방식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두 나라의 외교 갈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추가 조치를 예고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이날 나집 압둘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자들에게 강철 대사에 대한 추방 조치를 설명하면서,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해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작 총리는 김정남 씨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한 강철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무례해” 그를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철 대사가 “사과했어야 했다”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강철 대사가 출국한 이날은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 비자면제협정도 파기된 날이기도 합니다.

강철 대사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씨 살해 사건이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결탁해 정치화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또한 22일에도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북한을 존중해야 한다”며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이 같은 강철 대사의 발언에 라집 총리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고위 당국자들은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며,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내각에 북한과의 외교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