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깊이 보기] “북한, 2~3월 또는 8~9월 도발 가능성”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지난해 6월 공개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행 과정과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 등 대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ICBM 시험발사를 비롯한 도발의 시기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향후 대외 여건과 전략적 손익계산에 따라 도발의 시기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우선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도발의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 ‘레드 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를 통해 협상의 판을 키우고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을 촉구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유도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서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북한 문제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올리기 위한 이른바 ‘관심 끌기용’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트럼프의 경우 오바마와 달리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이 실제 위협으로 느끼는 ‘레드라인’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북한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향후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구체화 과정을 지켜보며 도발의 시기와 수위를 계산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지난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가 열리고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언급한 뒤 각종 매체 등을 통해 ‘머지않은 시기에’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최근 포착된 신형 IC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의 관련 브리핑입니다.

[녹취: 합참 관계자] “한국 군에서는 북한이 연료량 조정 방법이라든지 자세각 조정 방법 등의 발사능력에 대해서 의미 있는 수준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고도화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추가적인 어떤 고도화를 위한 노력의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신형 ICBM급을 발사할 경우 첫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아주 짧은 거리만 비행해 ICBM이 실제로 공중에 뜨는 모습만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정 거리의 안정적 비행에 성공할 경우 최대사거리는 엔진 출력, 연료량 조절 등으로 얼마든지 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압 수준을 높일 경우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 고도화 시간표에 따라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은 지난 해와 달리 북한이 올해 ICBM를 비롯해 무수단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한 미사일 도발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올해 미사일 도발의 경우 지난 해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해의 경우 한국을 직접 겨냥한 스커드 ER과 노동 미사일 등 준단거리 미사일의 발사 빈도가 높고 성공확률 또한 80%로 높았던 반면, 미국을 겨냥한 무수단이나 SLBM의 경우 실패 확률이 높아 현재 기술적, 전략적으로 추가 시험발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풍계리의 역대 핵실험 현황.

북한이 4차 핵실험에서 미진했던 증폭핵분열탄의 폭발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17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초 기존의 5차례 핵실험보다 파괴력이 큰 핵폭발 실험을 비롯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WMD,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시현하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골라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북한의 주요 기념일이 많은 만큼 북한이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도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당국의 발언과 기술적 준비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오는 2월 16일 김정일 탄생 75주년을 앞두고 ICBM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올해 상반기에는 1월 8일 김정은 생일 외에도 2월 16일 김정일 탄생 75주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5주년, 4월 11일 김정은의 노동당 최고직책 추대 5주년, 4월 13일 김정은의 국가 최고직책 추대 5주년 등 북한의 김 씨 일가와 관련된 기념일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올해 상반기 핵과 미사일을 김정일과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과 한국의 연합군사훈련이나 한국의 정치일정 또한 북한이 도발 시기를 결정하는 주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간 ‘트랙2’ 접촉에서 미-한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미국과 그 추종세력의 핵 위협’과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전쟁연습’을 핵 무력 증강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을 전후로 한 2월부터 3월 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고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훈련이 실시되는 8~9월경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2~3월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있고 북한의 주요 정치 기념일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8~9월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련 주요 인선이 마무리되고 대북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입니다. 여기에다 8월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훈련이 예정돼 있고, 사드 배치 완료가 추진되는데다 한국의 정치 일정, 그리고 선군절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일 등 북한 내 주요 행사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밖에 지난 해 두 차례 핵실험에 따른 고강도 대북 제재에 대한 북한의 체제 내구력과 국제사회 대북 제재 공조의 중대 변수인 미-중 관계의 향방 등도 북한 도발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