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태영호 한국 망명, 대북 제재 여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2014년 10월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태 공사는 2013년 공개 강연에서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 외교관들이 외화벌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태영호 공사의 망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주요 언론이 분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태 공사의 망명이 대북 제재 강화와 연관된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외교공관은 ‘돈벌이 창구’로 여겨지며, 외교관들이 금, 담배, 코뿔소 뿔, 헤로인 등을 밀수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불법적, 합법적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북한 외교관들이 외화벌이 할당량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도 한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일부 해외주재 북한 특권층은 대북 제재 강화로 임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워지자 북한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기 보다 망명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확인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오른쪽)가 지난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 가수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에스코트하던 모습. 일본 TBS 방송화면 캡처.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북한의 해외공관들은 빈털터리 상태이고, 외교관들은 불법적인 방법을 포함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 공사가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신문은 태 공사가 지난 2013년 영국 혁명공산당이 주최한 모임에서 강연하면서 씁쓸하게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교통혼잡 요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태 공사는 또 자신이 런던에서 한 달에 1천600달러 월세를 내며 사는데 침실 2개에 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라며, 친구들은 자신이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런던의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북한의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가디언’은 자녀의 학업 문제도 주요 망명 동기였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태 공사가 언제 평양으로 소환될지 모르는 외교관의 처지 때문에 둘째 아들의 학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이 신문은 태 공사의 둘째 아들이 올 가을에 명문대학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 진학할 예정이었고, 학업 성적이 좋은 수재였다고 소개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태 공사의 망명 동기와 관련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동경, 자녀의 장래 문제’를 꼽았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