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김정은 포함한 미국 정부 북한인권 제재 환영"

조준혁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7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미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인권 침해자들을 제재한 것에 대해 공식 논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인권 관련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 미국 정부의 조처를 환영했습니다. 이른바 ‘최고 존엄’이 인권 범죄자로 지목됨에 따라 앞으로 북한 측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권력층의 핵심 인사들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자로 지목해 제재키로 한 미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7일 논평을 내고 개별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취하는 북한 인권 관련 최초의 제재 조치라며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 한국 외교부] “이번 조치는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인권 침해에 책임 있는 관료들을 구체적으로 지정함으로써 앞으로 이들의 책임 부담을 확연히,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 정부로선 이를 높이 평가하고 환영하는 바입니다.”

조 대변인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지난 2월과 3월 각각 대북제재법과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지난달 북한을 자금세탁 주요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어 나와 다면적 대북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인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국제사회의 논의와 관련 조치를 한층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도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구체적으로 책임자를 지목함으로써 경고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내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배경에 대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북한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다뤄졌고 최고 지도자의 지시가 언급돼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미 간에는 북한 문제에 대해 매우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고 이번 사안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혀 미국이 제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협의가 있었음을 내비쳤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미국이 이례적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엄중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북 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미국의 입장에선 정권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써 북한이 핵 문제 등 다른 문제들에 타협적으로 나오도록 만드는 그런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박형중 박사는 그러면서 미국의 이번 조치가 김 위원장 측근들에 대해선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북한 주민들에겐 최고 지도자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인권 제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고 그리고 김정은 자체를 제재한다는 게 북한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충성을 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온 전례에 비춰 상당 기간 미국에 대한 거센 비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은 체제와 존엄 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특수체제이기 때문에 아마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기관에서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서 충성경쟁을 하듯이 미국에 대한 비난을 퍼부을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전망합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다만 북한의 반발이 당장 무력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북한 입장에서야 이젠 핵 보유국으로서 자신감을 갖고 대외관계를 풀자는 입장이니까 상징적이고 심리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대내 결속이나 대미 항전이랄까, 그런 쪽으로 활용하겠죠.”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음달 말 미-한 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북한이 당장 무력도발에 나서기 보다는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