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장관 "상반기 '호랑이 굴' 외교, 대북 압박 계속"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왼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최근 아프리카와 쿠바 등 북한 우방국들을 방문한 것에 대해 ‘호랑이 굴 외교’였다고 표현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른바 ‘호랑이 굴 외교’는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최근 북한 우방국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외교와 관련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외교를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윤병세 장관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상반기 과거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면서 몇몇 나라의 경우에는 장관 입장에서 ‘호랑이 굴 외교’였다고 표현했습니다.

특정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윤 장관이 방문한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쿠바, 러시아, 불가리아 등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을 ‘호랑이 굴’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장관은 ‘호랑이 굴 외교’를 통해 북한 비핵화나 도발 억지 문제에 대한 협조를 확보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특히 북한과의 안보, 군사, 경찰 분야 교류 중단을 선언한 우간다에 대해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서울 국방부에서 제1차 한-우간다 국방정보 교류회의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우간다 측은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과 관련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달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안보 분야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간다 정부는 실제로 최근 우간다에 체류하며 고문 역할을 해 온 북한 군 수 십 명에 대해 철수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장관은 또 과거 1970년대는 이념전쟁으로 서방과 공산 진영이 반반씩 대립하는 구도였다면 지금은 국제사회 전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구도가 됐다면서 과거 북한의 우방국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지역과 이념, 과거 북한과의 친분에 관계없이 북한 핵 개발에 대해서는 북한 대 국제사회의 구도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라고 윤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지난 5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카리브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한 윤병세 장관입니다.

[녹취: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 “여러 분야에서 이런 접촉의 면을 넓히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다 보면 어떤 시점에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윤 장관은 아울러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과 관련해 각국의 대북 제재에 대한 이행보고서가 과거 안보리 결의 2094호 때에 비해 4 배 가까이 제출됐다면서 결의 이행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 유엔 제재상 가장 야만적인 제재 책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 등과 같은 북한의 반응이 제재를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한국 정부의 ‘호랑이 굴 외교’와 관련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니 결과가 나왔다면서 한국 정부는 하반기에도 북한의 우방국가들에 대한 대북 압박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아울러 오는 7월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외교장관 회의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북한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21일 대북 제재 조치의 하나로 총 130개 품목으로 구성된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 품목’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8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 조치의 일환입니다.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의 21일 정례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조준혁 한국 외교부 대변인] “총 130개 품목에는 핵 관련이 89개 그리고 미사일 관련이 41개 품목입니다. 우리 정부는 동 목록이 국제사회의 대북 수출통제 이행에 활용될 수 있도록 회원국들과 공유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지속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조 대변인은 이 품목들이 국제적으로 통제되지는 않지만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의무화된 다 잡아낸다는 의미의 ‘캐치 올’ 조항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작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