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김정은식 국가체제' 마무리 포석

9일 북한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입장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7차 노동당 대회를 연 데 이어 이달 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합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새로운 국가 직책을 가질 것인지와 국방위원회 존속 여부와 관련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가 오는 29일 평양에서 개최된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 소집 결정을 발표했다며 대의원 등록은 27일과 28일에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행사하고 국가기관에 대한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는 명목상의 북한 최고주권기관으로, 해마다 한 두 차례 회의가 열립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지난달 초 36년 만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체제 재정립과 정책 방향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김정은 당 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대신 새 국가 직책을 가질 가능성이 주목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당 대회를 통해 당 체제를 정비하고 그 다음으로 정책 방향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맞춰서 국가에도 적용해서 이것들을 실질적으로 이행시키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 차원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재정립했고 이번에는 국가 차원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9일 언론브리핑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당 대회 결정사항을 반영하고 조직과 인사 개편을 통해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는 등 김 위원장의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한 헌법과 법령 개정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국가 직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자신을 수장으로 한 새 국가권력기구를 신설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지금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는 부분이 주석제 헌법에서 국방위원장 체제로 가면서 없어졌던 중앙인민위원회 부활 여부라고 할 수 있겠죠. 중앙인민위원회가 부활된다면 위원장 자리가 국가수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국방위원회 폐지 여부도 관심거립니다.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뗄 경우 국방위원회 기능이 약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수를 줄이고 새 국가권력기관의 산하기구로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정책 결정은 물론 집행 기능까지 가져감으로써 국방위원회의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선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논의가 이뤄지면서 5개년 전략의 분야별 목표치가 제시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정성장 박사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면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언급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구체화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그러나 개혁적인 정책들이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핵-경제 병진 노선을 이미 확고하게 당 대회에서 원칙으로 정립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방향은 역시 북한 내의 자강력을 강화시키는, 따라서 북한 내부의 경제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그런 내용의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대남 분야와 관련해선 당 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을 제의한 만큼 이를 거듭 촉구하는 결의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