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로운 속도전 '만리마운동'..."날림공사 될 것"

북한 7차 노동당대회가 끝난 다음날인 10일 평양에서 북한 주민들이 불꽃놀이와 함께 군무를 펼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7차 당 대회가 끝난 뒤에 ‘만리마 속도'라는 신조어가 북한에 등장했습니다. '천리마 속도', ‘마식령 속도’에 이어 경제강국 건설을 독려하기 위한 대중동원 구호로 보이는데, 북한 안에서 새로운 속도전 구호로 자리매김 할 전망입니다. 이 소식,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최근 7차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주민들에게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전개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방송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발표] "만리마 속도 창조에서도 세상을 놀래우는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는 것을 다시 한 번 열렬히 호소한다"

북한은 1950년대 중반부터 하루에 1천리를 달리는 말이라는 ‘천리마’라는 용어를 앞세워 속도전을 펼쳐왔습니다. 속도전은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자는 목표를 내세웁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천리마 속도’, 김정일 시대에는 ‘희천 속도’가 각각 등장했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013년 6월 마식령 스키장 건설 당시 ‘마식령 속도’라는 표현을 처음 쓴 후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이 말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박사는 북한이 어려운 경제사정을 해결하려고 '만리마 속도 창조'라는 새로운 구호를 들고나왔다고 분석합니다.

[녹취: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국제적인 고립 상황, 그리고 더 나빠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이제 '자강력', 즉 '자생적 생존능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했을 겁니다."

북한의 속도전은 한때 놀라운 실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그렇죠. 60년대에는 김일성이 제철소에 가서 '8만t만 생산하면 나라 경제 허리가 트겠습니다'고 하니까, 그때 근로자들은 제대로 밥도 먹고 용광로도 있었으니까, 철강 12만t을 생산하는 등 천리마의 기적을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천리마 운동으로 이뤄놓은 북한 경제는 1960년대 말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심각한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도입된 몇몇 다른 속도전 운동도 무너지는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안찬일 박사는 특히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속도전과 달리 북한 현 정권의 속도전이 부실공사의 대명사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속도전이라는 게 원래 60년대, 70년대 속도전은 나름대로 빨리하자는데 목적이 있었지만 요즘 속도전은 날림의 대명사가 돼버렸고 가까운 실례로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가 구멍이 숭숭 났다,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 최룡해가 혁명화 교육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지금 모든 기술이 다 낙후된 북한에서 ‘속도전은 날림공사다’ 그렇게 봐야 합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연구위원은 북한이 새로 들고나온 '만리마 운동'이 주민들에게 고통만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은 결코 원하지 않는 그런 전투, 그런 경제...고통이구요."

안찬일 소장도 북한 내부에 퍼진 시장화 경향들 때문에 새로운 속도전 운동인 '만리마 운동'이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사실 지금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라는 게 거의 장마당 경제로 이전된 상태에서 무슨 돌격대다, 뭐 천리마 운동이다, 뭐 이런 대중 동원식의 노동집약적인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안찬일 소장은 또 공장, 전력, 기계 등 산업기반시설이 부족한 여건에서는 '만리마 운동' 같은 노력동원이나 속도전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