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피살된 한국계 목사, 오랫동안 북한 선교 활동

1일 중국 단둥 마주보는 접경도시 북한 신의주에서 군인들이 압록강변을 순찰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북-중 국경도시인 창바이 (장백)현에서 피살된 한국계 중국인 한충렬 목사에 대해 교계 관계자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목사는 20년 가까이 북한 주민들을 도우며 지하교회 지원 활동까지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 한국계 중국인 (조선족) 한충렬 목사는 오랫동안 대북 지원과 북한 선교에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갈렙선교회 대표인 김성은 목사는 2일 ‘VOA’에 10여 년째 한 목사를 알고 지냈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장백교회 담임으로 있으면서, 이 교회는 탈북자가 꽃제비든 탈북자든 누구든 교회라는 곳에 안 올 수 없잖아요. 싫든 좋든 그 교회를 왔고 목회자가 아무리 불편해도 탈북자인데….민족선교에 마음이 많으셨죠.”

이 지역에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북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던 곳이 장백교회였고, 한 목사와 신도들도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인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도왔다는 겁니다.

한 목사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의 김대준 목사는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 한 목사는 과묵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북한 선교에 깊은 헌신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목사 등 장백을 통한 대북 선교는 많은 비화들이 있으며 책을 써도 몇 권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한 목사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일 ‘VOA’에 장백교회에 매주 출석하는 신도가 3-4백 명에 달하며 적지 않은 신도가 북-중 밀무역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 목사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북-중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쳐 북한 내부에 파송하는 역할을 조용해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장백교회 신도들이 국경 지역 청년들을 전도해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 한 목사가 신도 집에서 성경을 가르쳐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활동을 해 왔다는 겁니다.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도 이런 한 목사의 선교 활동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활동이 북한 당국에 발각돼 장백교회의 한 신도가 지난해 북한에 납치돼 생사조차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성경공부를 하던 청년들도 체포돼 그 중 3명이 올해 1월 처형됐다는 얘기도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는 이 문제 때문에 한 목사가 위협을 계속 받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그 전부터 (북한 당국이) 한 목사를 계속 납치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어요. 그래서 한 목사님이 국경 쪽으로 항상 안 나갔어요.”

중국 공안당국은 아직 한 목사의 피살 여부와 이유를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과 장백교회 관계자들은 한 목사가 30일 오후 칼에 목이 베인 채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살해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요원들이 한 목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2일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들에 중국에 넘어온 북한 공작요원 3명이 한 목사를 살해했다는 소식을 지린성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공안당국도 이를 단순한 살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상당히 열의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 대표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납치를 지시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한편 ‘VOA’와 통화한 기독교 관계자들은 북한 당국이 한충렬 목사의 휴대폰에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 내 지하 기독교인들을 이미 체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선교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이번 사건 뿐아니라 그동안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중국인 (조선족)들에 대한 수사를 포괄적으로 실시하도록 국제사회가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