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이 폭로한 쿠바 카스트로의 이중생활..."북한도 다르지 않아"

지난 2012년 11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자료사진)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이중생활을 폭로한 책이 미국에서 출간됩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경호원을 지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카스트로 전 의장이 쿠바인들에게 보여줬던 검소한 모습과는 달리 왕 같은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고 마약 밀매까지 주도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삶과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피델 카스트로의 이중생활’ (The Double Life of Fidel Castro).

쿠바 독재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17년 간 경호했던 후앙 레이날도 산체스 전 중령이 폭로한 책의 제목입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북한으로 말하면 호위사령부 소속의 특별경호원으로 지도자인 카스트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경호했던 군 엘리트 요원입니다.

미 언론들이 전한 책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산체스 전 중령은 자본주의의 안락함을 거부한 채 가난한 쿠바 주민들처럼 검소한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카스트로의 모습이 허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상은 호화로운 삶을 즐기며 미국에 대규모 마약을 밀매한 위선적인 지도자였다는 겁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20여 채의 저택, 호사스러운 요트와 카리브해의 섬, 돌고래와 거북이 농장을 보유한 채 이중적 생활을 즐겼다고 밝혔습니다. 중세시대의 왕처럼 쿠바를 자신의 사유지로 여겼으며, 자본주의의 사치스런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특히 코카인 등 마약 밀매를 직접 지휘하고 측근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냉혈한이라고 산체스 전 중령은 주장했습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지난 1988년 카스트로 의장이 집무실에서 내무장관인 호세 아브란테스 장군과 대규모 마약 밀매에 대해 나눈 대화를 엿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이 마치 마약거래 조직의 대부처럼 밀매를 지시하고 미국의 마약조직 두목이 쿠바에서 휴가를 보내도록 선처했다는 겁니다.

이어 카스트로 전 의장은 마약 밀매를 미국사회의 부패와 와해를 위한 혁명무기로 삼으면서도 이를 철저히 숨기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산체스 전 중령은 지적했습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특히 카스트로가 1986년에 MC부 (Moneda Covertible) 즉, 통화전환부를 설립했다며, 하지만 이는 마리화나 (Marijuana)와 코카인 (Cocaine)의 은어로 마약밀매 전담부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미국 당국에 마약 밀매 움직임이 포착되자 카스트로는 자신의 혐의를 감추기 위해 혁명 동지인 아르날도 오초아 장군과 호세 아브란테스 장군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입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자신이 신처럼 숭배하며 전 삶을 다 바쳐 충성하던 카스트로의 이런 이중적 모습에 크게 실망해 현실을 바로 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쿠바 체제에 대해 전혀 의문을 갖지 못했고, 유능한 군인은 자신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개인의 행복이라고 여겼다고 겁니다.

특히 오초아 장군이 끔찍하게 총살당하는 영상을 카스트로가 자신과 동료들에게 보도록 했다며, 이는 자신에게만 헌신하도록 하는 카스트로의 권력 유지 방법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체스 전 중령은 이런 모습에 환멸을 느껴 1994년에 제대를 시도했지만 카스트로는 자신을 감옥에 보냈다며, 결국 열 차례 탈출을 시도한 끝에 멕시코로 탈출해 2008년 미국에 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산체스 전 중령이 폭로한 독재자 카스트로의 이중적인 삶에 대해, 국제사회에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인민들을 그토록 소중히 새겨 안으시며 눈굽 (눈가)을 뜨겁게 적시신 경애하는 원수님…옮기시던 걸음을 거듭 멈추시고 원아들에게 손쥐어 주시던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손수건으로 젖어 오른 눈굽을 닦으시었습니다.”

김 제1위원장 역시 북한 관영매체에는 인민복을 입고 가난한 인민들을 걱정하느라 밤을 지새는 어버이 수령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 갑부들 이상의 호화생활을 즐긴다는 증언과 지적들이 많습니다.

북한을 여러 번 방문해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휴가를 보냈던 미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은 지난 2013년 영국 일간지 ‘선’(The Sun)과의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의 호화로운 생활을 소개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길이 60 미터의 호사스런 요트와 연회, 사치스런 음식을 즐기며 이른바 ‘7성급’ 호텔 같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로드먼은 김 제1위원장만 이용하는 이 섬이 미국의 하와이섬 이상으로 대단했다며 이 곳에서 음주 파티와 제트스키, 승마를 즐겼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제1위원장은 어떤 술이든 최고의 술을 갖춰 놓고 50-60 명의 사람들을 주위에 둔 채 칵테일을 즐긴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게 부족한 게 없었다며 세계 최고의 거부도 김정은의 생활을 보면 놀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요트들은 이미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돼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한 영국매체는 이 가운데 한 요트가 7백만 달러에 달하는 ‘프린세스 95MY’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정권이 2013년 한 해 동안 수입한 사치품 규모가 6억4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었습니다. 한국 당국과 중국세관의 북-중 무역통계, 북한의 대외무역 동향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는 겁니다.

윤 의원은 특히 김정일 체제에서는 특권층을 위한 사치품 수입 규모가 3억 달러 안팎이었는데 김정은 체제에서는 규모가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의원은 기자들에게 북한 주민이 아닌 평양의 특권층을 위해 막대한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윤상현 의원] “김정은 일가와 특권층의 사치생활과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달러가 북한에서 낭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최고 지도자의 이중적 생활 뿐아니라 마약 밀매를 직접 중앙당이 담당하는 것도 북한의 현실과 매우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10년 북한 최고 지도자의 비자금 창구인 중앙당 39호실을 특별제재 대상에 추가하며 마약 밀매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39호실이 북한 각지에서 마약을 생산하고 있고 특히 평양 남부지역에서 ‘필로폰’으로 불리는 마약 메탐페타민을 생산해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밀수책을 통해 판매했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는 그러면서 39호실이 이런 불법 활동을 통해 수뇌부를 위한 외화벌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측근들이 소중한 국가자산을 사치품 구입에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6월까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씨는 6일 ‘VOA’에 북한 김 씨 일가의 사치품 소비는 국제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뉴콤 씨] “I think it’s very clear that every generation of the family….”

북한의 김 씨 가족은 3대가 모두 대대로 아주 값비싼 사치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한 사실이란 겁니다.

뉴콤 씨는 국가자산은 경제개발과 주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의 행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도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산체스 전 중령이 쓴 '피델 카스트로의 이중생활'은 지난해 불어로 출간된 데 이어 오는 12일 미국에서 영문판이 첫 선을 보입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