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전 선임연구원 "북한 붕괴 대비한 구체적 계획 세워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 관철을 촉구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김일성광장에서 지난 6일 진행됐다. (자료사진)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미국과 한국, 중국이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역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북한의 일부 시장개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핵 포기나 중국식 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 2 명이 북한에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정권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홍콩 언론에 실었습니다.

켄 해링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선임연구원과 베넷 램버그 전 국무부 정책분석관은 21일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 공동기고문에서 북한 정권 수뇌부의 상황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관리들에 대한 숙청이 계속되고 있는 점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경험 부족에도 불구하고 고위직에 기용된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두 전문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불확실한 권력 장악력과 위험성이 정권붕괴를 야기할 수도 있다며 한반도의 실질적 위험으로부터 관심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북한 정권의 붕괴 시나리오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각국이 자신들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미국은 북한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추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개입으로 과대한 비용을 지출했던 사례를 비춰볼 때 제한적 개입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중국 역시 북한의 잠재적 불안정에 주목하지 않고 있다며 급변사태에 대비한 중국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 씨 왕조의 종말이 야기할 수 있는 내부 갈등에 대해 중국 군이 안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가 필수적이란 설명입니다.

두 전문가는 이어 한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됐을 때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준비가 잘 돼 있지만 아직 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 군의 최근 축소 계획과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해 국내에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들은 한국이 주도력을 강화하는 데 좀더 투자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만일 북한 정권의 붕괴시 한국이 상황을 주도하면 미국은 최우선 과제인 북한의 핵무기 관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러시아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정권 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중국식 개혁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21일 미 ‘뉴욕타임스’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에 포전담당제와 5.30 조치 등 일부 개혁 움직임이 있지만 그 이상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외교적 도구와 억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고, 한국의 존재 때문에 중국식 개혁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풍요로움을 제대로 깨달으면 옛 동독인들처럼 정권을 제거하고 통일운동을 할 것이란 우려가 북한 정권에 있다며,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외부정보 차단 등 주민들을 계속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그러나 지속적인 김 씨 정권의 압제에도 불구하고 5.30 조치 같은 개혁시도는 북한의 민생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