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한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방침 내놓을 것'

7일 한국 파주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이 안개에 묻혀있다. 개성공단은 지난3일 한국 측 잔류인원이 모두 철수하면서, 사실상 잠정폐쇄상태에 돌입했다.

남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 사태를 둘러싸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당국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를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해 개성공단을 활용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답변 내용입니다.

[녹취: 류길재 장관] “북한이 하고 있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미국 때문이다,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비롯해 여러 상황을 볼 때 미국과의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도발 공세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유지돼 오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갑작스레 문제 삼고 나온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카드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지난 5일 미-한 연합 해상훈련 계획을 비난하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선 남한이 적대 행위와 군사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텔레비전'입니다.

[녹취:조선중앙TV] “핵탄을 적재한 '니미츠'호 항공모함 타격집단이 현 괴뢰 당국자들의 요구에 따라 부산항에 들이 닥치게 된다고 하며, 우리를 겨냥하여 8월에 강행될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 전쟁연습'도 벌써부터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한다.”

지난 2일에는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미국이 개성공단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실질적인 장본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미-한 연합 독수리연습이 끝난 뒤 비행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 수준을 크게 낮추고, 동해 일대에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을 철수한 정황이 나오는 것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개성공단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수호 수석연구원입니다.

[녹취: 임수호 수석연구원] "북한이 일련의 도발을 하는 이유가 한국과 미국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위기 고조를 통해 돌파하려는 전략이므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연한 정책 기조가 나오게 되면 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8월 을지 포커스훈련 등의 시점에 맞춰 또 한번 위기 고조 전술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죠.”

미-한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대화가 모색된 뒤에야 남북관계의 전환점도 마련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북한의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개성공단 정상화를 서두르진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7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남북 간에 믿음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