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구글 회장, 김일성종합대 방문

북한을 방문 중인 미국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오른쪽에서 3번째)와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오른쪽에서 2번째)가 8일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했다.

북한을 방문 중인 미국의 인터넷 업체 구글사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학교와 조선컴퓨터 센터 등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일행의 이번 방북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 과학기술대학교 핵심 관계자는 ‘VOA’에 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이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미트 회장 일행이 평양을 방문하는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이 관계자는 또 슈미트 회장 측이 북한 방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아 평양 과기대를 방문할 것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 과기대는 한국의 사단법인 동북아 교육문화 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이 공동으로 세워 지난 2010년 수업을 시작한 북한에서 유일한 국제 사립대학입니다.

북한은 물론 미국과 영국 캐나다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교수진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국제무역 분야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이례적으로 김일성 종합대나 김책 공대보다도 인터넷이 먼저 개통돼 해외 사이트 접속이 자유롭고 미국의 뉴스 전문 방송인 CNN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측 허광일 총장과 미국 시민권자인 김진경 총장이 공동 총장으로 있지만 운영은 김 총장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관계자는 슈미트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에도 이런 대학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앞으로 평양 과기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방문을 권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평양 과기대에 있는 연구개발 센터에 구글사의 연구소가 입주하는 문제도 협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이 슈미트 회장에게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이 문제를 꺼냈었다며 이번에 김 총장이 동행한 만큼 북한측 총장인 허 총장과 함께 만나면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방북 길에는 구글사 산하 연구소인 구글 아이디어의 재러드 코헌 소장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돼 있는 현 시점에서 곧바로 어떤 결과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슈미트 회장은 북한에서 대표적인 정보통신 분야연구개발 기관인 조선 컴퓨터 센터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슈미트 회장 측의 요청으로 북한으로 떠나기 전 조선컴퓨터 센터 관계자 등 북한의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을 소개해 주면서 방문을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미트 회장 일행은 이날 김일성 종합대학을 방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학생들이 검색 엔진 구글과 개방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를 활용해 자료를 검색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일행의 이번 방북에 대해 개인적 차원이라고 거리를 두면서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습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 “동인들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 제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방북단이 신중하게 행동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일행은 북한 방문을 마치고 오는 10일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방북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