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후보들 대북정책 공약, 분명한 차이

지난달 4일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해 대북정책 구상을 밝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한국의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꼭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요 후보들이 발표한 대북 정책공약은 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핵심정책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후보들은 북 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두 문제를 연계해야 할 지, 분리해 동시에 추진해야 할 지 상반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북 핵 문제가 진전돼야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일종의 연계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기존 사업과 사회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등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남북협력은 핵 문제와 관계없이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경협이나 인도적 지원은 핵 문제의 진전 상황
에 따라 추진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입니다.

박 후보는 최근 서울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이런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비핵화 진전에 따라 거기에 상응하는 정치 경제 외교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핵과 남북 관계를 분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두 사안이 선순환 되도록 하자는 구상이지만 선순환의 기본 동력을 본격적인 남북경협에서 찾았습니다.

[녹취: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남북 경제연합은 경제분야에서 먼저 통합을 이뤄서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동시행동원칙’을 근거로 평화체제 구축문제와 병행해 풀어 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문 후보와 비슷하게 북핵 문제와 남북문제를 분리해 추진하면서 북한을 비핵화 시키기 위해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함께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안철수 무소속 후보] “남북대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며 적절한 시기에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대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미-중 간 4자 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지만 남북경협을 선순환의 일차적인 동력으로 내세우지 않고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데 우선 순위를 뒀습니다.

남북장관급 회담을 열어 유사시 남북 최고 지도자 사이의 긴급 대화 통로인 남북 정상간 핫라인과 상설적인 분쟁해결 기구인 남북분쟁해결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런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세 후보는 북 핵을 결코 용납할 수 없고 6자회담의 대화 틀을 기본으로 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또 장기적인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세 후보 모두 북 핵 불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6자회담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미국과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나름대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법이나 구체적인 사전조율이 나올 것 같고 그런 사전 조율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내년 상반기에 6자회담 재개쪽으로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한편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세 후보는 정치적인 상황과는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은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에 대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남북관계 개선을 저해하는 정치 공세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반여부에 대해서 안 후보는 박 후보처럼 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야권 후보인 문 후보측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