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부부 재입북...동기 의문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재입북한 김광혁(왼쪽), 고정남 부부. 8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이들의 기자회견 장면을 보도했다.

북한이 어제 남한에 살다 재입북했다고 주장한 김광혁 씨 부부가 탈북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이 재입북한 경위와 동기를 조사 중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8일 한국에 거주하다 북한으로 다시 들어간 김광혁씨 부부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김 씨 부부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8년 탈북해 남측 정보기관의 회유로 한국으로 간 뒤 비참하게 살다 북한으로 다시 들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은 김 씨 부부가 탈북자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재입북 경위와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입니다.

[녹취: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 “북한 방송에 나왔던 김광혁, 고정남, 그리고 그 자녀 김세환, 이 세 사람은 지난 9월 초 중국으로 출국해서 입국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현재 관계기관과 확인 중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에 따르면 김 씨와 아내 고씨는 1985년생과 82년생으로, 각각 지난 2008년 5월과 이듬해 1월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만나 2009년에 결혼한 두 사람은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대구에는 김 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김 씨의 지인들은 김 씨가 결핵을 앓아 취업 문제 등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부부가 함께 컴퓨터 교육을 받는 등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김 씨가 북-중 국경지역을 여러 차례 오간 것으로 확인돼, 일각에선 김 씨가 탈북자 중개인 일을 하다 북한 당국에 붙잡혔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한국에 살던 탈북자의 재입북 사실을 공개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입니다.

한국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은 탈북자들의 재입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탈북자를 내세워 한국 사회를 비난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녹취: 통일부 김형석 대변인] 우리 측이 북한 주민을 납치 유인했다고 하는 아주 근거 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에 대해서는 아주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러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해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정착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북한 이탈주민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러한
비인도적인 행위를 즉각적으로 중단하기 바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재입북 탈북자의 기자회견을 잇달아 여는 것은 한국 정착의 어려움을 선전함으로써 주민들의 탈북을 막고, 체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