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국장급 본회담 개최 합의

유성일 북한 외무성 과장(가운데)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29일 북일 정부간 과장급 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 일본 대사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과 일본이 조만간 국장급 본회담을 열어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본회담에서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과 일본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4년 만의 첫 정부 당국간 회담에서 조만간 국장급을 대표로 하는 본회담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의 유성일 외무성 일본과장과 오노 게이치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은 31일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사흘째 회담에서 이 같이 합의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본회담에는 북한의 송일호 외무성 북-일 교섭 담당 대사와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본회담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과 일본 대표단은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상대방 대사관을 서로 오가며 본회담 의제를 조율했습니다.

양측은 일본인 유골 반환과 일본인 유족의 북한 묘소 참배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본회담 의제에 넣을 것인지를 놓고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측은 회담을 마치면서 본회담에서 상호 관심사를 폭넓게 논의한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일본 측은 본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한 당국자는 납치 문제가 일본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며, 따라서 이 문제가 본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국장급 회담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 회담에서 납치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 합의로 5명의 납북자를 일본에 송환한 것으로 납북자 문제가 종결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발생한 납치 문제에 대한 재조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4년 전인 2008년 8월 열린 당국간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재조사에 합의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도발 행위가 잇따르고, 일본은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등 두 나라 관계가 악화되면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