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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사무총장, 북한 내 현장접근 문제 논의할 듯”


세계식량계획 WFP 사무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각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절 WFP소속으로 북한에서 활동하고, 현재 비정부기구들의 대북 지원을 자문하고 있는 에릭 와인가트너 씨와 함께 국제사회가 대북 지원에 대해 갖는 입장과 WFP 사무총장의 방북 의제 등을 전망해 보겠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문) 에릭 와인가트너 씨.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부터 1999년 WFP 평양사무소 산하 ‘식량지원연락단’ (Food Aid Liaison Unit) 대표로 활동하셨는데요.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답) 북한 당국은 당시 어떤 비정부기구 NGO도 북한에 상주사무소를 두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 캐나다 NGO들이 함께 힘을 합쳐 WFP 소속으로 사무소를 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NGO들의 식량 원조를 계획하고, 분배를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문) 당시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막 시작하던 때였는데요. 북한 당국과 협력 수준은 어땠나요?

답) 제가 부임한 첫 몇 개월간은 북한 측이 식량 원조가 무엇이고 어떻게 일이 돌아가며, 어떻게 조직되고, 기부자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열성적으로 배우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그들에게 새로웠거든요. 하지만 제가 1999년 북한을 떠나기도 전에 이러한 개방적인 태도는 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불시 사찰도 하고, 가정집들을 방문할 수도 있었지만 사전 통고 기간도 길어지고 점점 장애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문) 그 이유가 뭘까요?

답) 제가 생각하기로는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인 감시요원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가정집과 현장에서 접촉하는 것에 대해서요. 북한 당국은 저와 동료들에게 한 노동신문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 주기도 했는데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황색바람에 대해 주민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벌써 북한이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기 시작한지 15년이 되가는데요. 수혜국으로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와인가트너 씨는 오랜 기간 NGO들의 자문으로 현장 경험이 많으신데요.

답) 개선 여부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활동 조건과 관련해) 어떠한 진전을 이뤘더라도 이는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오늘 허용된 것이 내일 불가능해집니다. 또 많은 상황이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경색되면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곧바로 제한을 받게 됩니다.

문) 현재 북한에서 활동하는 NGO들의 수도 몇 안되고, 세계식량계획 WFP의 경우는 사업자금 모금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각국이 특히 최근 들어 대북 지원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할 때 원조국들이 지원에 나서길 꺼립니다. 물론, 원조국들은 지원하는 식량이 정확히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싶지 않아하고요.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반면 지원을 원하는 국가들은 많다는 점도 있습니다. 파키스탄 홍수, 각국의 지진 등 대규모 재난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문) WFP는 2010년부터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북한에서 진행하는 식량 지원 사업 예산의 20% 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배급량과 지원대상을 줄이고 있는데요. 사실 WFP는 벌써 몇 년 전부터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 북한 사업을 접을 수도 있을까요?

답) 자금이 없다면 철수 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한번 완전 철수하면 다시 지원사업을 재개하기 힘들기 때문에, WFP는 북한에 작은 규모의 사무소라도 유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만일 분배할 식량이 없다면 활동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문) 조세트 시런 WFP 사무총장이 곧 북한을 방문할 계획인데요. 어떤 문제가 주로 논의될까요?

답) 저는 더 이상 WFP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WFP가 북한에서 누리는 현장접근의 수준이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이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입니다. 우리의 접근 수준을 높여주면 식량을 더 주겠다라는 제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WFP는 오랫동안 현장 접근 없이는 식량 공급이 없다는 원칙을 가져왔습니다.

문) WFP 사무총장의 방북은 매우 이례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시급한 현안이 있어 사무총장이 방문하는 것일까요?

답) 이례적이라는 부분을 너무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평양에서 근무할 때에도 사무총장이 몇 번 방북 했습니다. WFP 사무총장은 가장 큰 규모의 지원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들, 혹은 특별한 정치적 문제가 있어 최고위층이 직접 나서야 하는 국가들을 방문합니다. 북한은 한때 WFP 사상 최대의 사업이 펼쳐졌었던 곳이고요, 따라서 WFP 대북 사업의 미래에 중대한 이해 관계가 달려있습니다. 만일 WFP가 철수하는 상황이 된다면, 사무총장은 북한을 방문해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계속할 것 인지를 논의해야 하겠죠. 저의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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