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어른이 돼도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기네요. 사실 언제부터 어른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좀 모호하지 않습니까?
답) 예. 공식적으로 정해 놓은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언의 압력이라고 할까요? 21살이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게 미국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문) 예. 한국에서야 결혼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게 흔하지만 미국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답) 그렇죠.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 것도 이제 옛날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왜 그럴까요?) 20살에서 34살 사이 젊은이들 가운데 공부를 마친 뒤 직장을 갖고, 또 결혼해서 마침내 자녀를 갖기까지 이전 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 교육 기간 연장과 초혼 연령 증가가 원인이다, 그런 얘기네요.
답) 예. 특히 여성들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미국의 연구기관인 ‘맥아더재단’의 분석이 나와 있는데요. 자녀를 가진 여성 가운데 대학을 졸업한 비율이 처음으로 과반수를 넘었습니다. 54%가 대졸 여성이라고 하는데요, 1990년만 해도 41%에 불과했으니까 훌쩍 늘어난 거죠.
문)뿐만 아니라 결혼도 늦게들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답) 예. 그 점도 젊은이들의 독립을 늦추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지난 1980년에는 미국의 평균 초혼 연령이 23살이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남자는 27살, 여자는 26살로 늦춰졌습니다. 인종과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그렇다는 겁니다. 또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낳는 경우도 크게 늘었습니다.
문) ‘미혼모’라고 하잖아요. 옛날 같으면 사회 문제로 취급됐을 텐데 말이에요.
답) 그렇습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할까요? 최근 태어나는 신생아의 40%가 미혼 여성이 낳은 아기라고 하니까요. (그 정도나 되나요?) 저도 통계를 보고 좀 놀랐습니다. 1990년에 28%였다고 하니까 20년 만에 크게 늘어난 거죠. 또 결혼만 늦게 하는 게 아니구요. 결혼을 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 경우도 많이 늘었습니다. 40대 여성 중 20%는 자녀가 없다고 합니다.
문) 사회상의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군요. 자, 이런 변화들, 특히 교육 기간이 연장됐다면 결국 부모에게 좀 더 오랫동안 의존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경제적으로 말이죠.
답) 그렇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전 세대와 다른 점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의 부모 격인 베이비 붐 세대도 어른이 되는 데 저항감을 갖긴 했지만 재정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진 않았거든요.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가계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고 합니다.
문) 오히려 부모에게 손이나 벌리지 않으면 다행이란 얘기 같군요.
답) 그런데 손을 벌린다는 겁니다. 18살에서 34살 젊은이가 평균적으로 부모에게서 타서 쓰는 돈이 3만8천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좀 다른 각도에서 보면요, 요즘 부모들은 수입의 10%를 다 큰 자녀를 부양하는데 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문) 이걸 보고 ‘애 어른’이 늘었다고 해야 하나요? 최대한 늦게까지 부모에 기대겠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거네요.
답)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을 ‘피터 팬’ 세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피터 팬,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는 동화 속 주인공이죠? 지난 1990년대 이전만 해도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자녀들의 연령대는 단연 10대였습니다. 그런데 90년대 말 이후로는 추세가 많이 변했습니다. 자녀들이 유아기 때와 20대 중반일 때 부모가 돈 쓸 일이 가장 많다는 겁니다.
문) 부모들 어깨가 무겁겠어요.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자녀들은 여전히 부모만 바라보고 있다면 말이죠.
답)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그 해답은 부모 곁에서 함께 사는 자녀들이 많이 늘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25살 백인 젊은이 가운데 4분의 1이 부모와 함께 산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추세를 반기는 부모가 더 많은가 봅니다. 부모 자식 간 관계가 더 돈독해지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