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미국과 북한이 미군 유해 발굴 회담을 열게 된다고요?
답) 네, 그렇습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미군 유해 발굴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북한 측에 보냈는데요, 북한이 이를 수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받아들였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현재 미-북 두 나라 군부 사이에 회담과 관련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 미군 유해 발굴 ‘재개’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니까 발굴 작업이 과거에 있었다가 중단됐다는 말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6.25전쟁은 지난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돼 53년 정전협정 체결로 종결됐는데요, 남한을 수호하기 위해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국은 3만 6천 명의 전사자를 냈습니다. 실종자도 8천 여 명에 이르는데요, 이 가운데 5천 5백 명이 북한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 동안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 미국이 참가한 모든 전쟁에서 전사,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찾아 신원을 확인하고 고국에 안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대대적으로 벌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 지난 1996년부터 북한 내에서 미군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는데요, 10여 년 후인 지난 2005년 작업을 전격 중단했습니다.
문)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이 왜 중단된 것이지요?
답) 지난 2005년 2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면서 미-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조지 부시 당시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제재론이 급격히 부상했고, 그 결과 그 해 5월 당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북 간 미군 유해 발굴을 전격 중단시켰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딕 낸토 박사의 말입니다.
핵 문제로 모든 것이 중단되면서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도 중단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표면상으로는 발굴단의 안전을 이유로 인력을 철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발굴단이 북한 정부와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안 위성전화 휴대가 금지되는 등 외부와 통신이 차단되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데 따른 안전을 우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 일부에서는 미-북 유해 발굴이 북한 김정일 정권에 현금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 않았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2006년에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미군 유해를 처음 송환한 1993년 이래 미 국방부가 미군 전자자, 실종자 수색 활동 명목으로 북한에 지불한 금액은 총 1천 5백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2002년의 경우 북한은 유해 발굴비로 4백43만 달러 상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굴 작업에 필요한 근로 인력, 시설, 트럭 비용이었는데요, 미국은 북한에 대한 현금 제공이라는 비판에 대해, 유해 발굴에 대한 현금 지급은 미국이 전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관행이라는 입장입니다.
문) 그러면 지난 10여 년 간 있었던 미-북 미군 유해 공동 발굴 사업의 성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답) 네, 미국은 1996년 이후 북한에서 모두 33회에 걸쳐 발굴 작업을 진행했고요, 이 과정에서 2백 20구가 넘는 미군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문) 북한이 자체적으로 유해를 발굴해 송환한 경우도 있었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공동 유해 발굴이 중단된 지 2년 후인 지난 2007년 4월 당시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6구의 미군 유해를 인도했습니다. 당시 유해는 판문점을 통해 미국으로 송환됐습니다.
문) 그러면 미국과 북한이 이렇게 6년 만에 다시 미군 유해 발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답) 네, 미군 유해 발굴은 미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인도주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협조가 있을 경우 두 나라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협력 분야로 인식돼 왔습니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지난 달 뉴욕에서 미국과 북한이 1년7개월 만에 공식 대화를 갖고, 미국이 북한의 수해 피해에 대해 90만 달러의 긴급 구호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이뤄졌습니다. 뉴욕에서 북한 대표단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내보이고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미국과의 접촉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말했는데요, 그 가운데 미군 유해 발굴이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등이 포함됐었습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북한 핵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두 나라 관계 개선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 끝으로, 유해 발굴을 논의하기 위한 미-북 간 군사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리게 됩니까?
답)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담당국’의 캐리 파커 대변인은 앞서 미-북간 회담을 올 가을에 열 것을 북한 측에 제안했다고 했는데요, 정확한 날짜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회담이 오는 10월 동남아시아 제 3국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03년 7월 태국 방콕에서 유해 발굴 회담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북 간 미군 유해 발굴 작업 경과와 현황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6.25 전쟁 중 전사 또는 실종된 미군 유해 발굴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에 사실상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간 군사접촉이 다시 열릴 전망입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미-북 간에 진행됐던 미군 유해 발굴 작업의 경과와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