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북한의 미래 군부와 김정은 관계에 달렸다”


북한은 어제 (25일)로 인민군 창건 79주년을 맞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래가 후계자 김정은과 군부와의 관계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정치의 핵으로 떠오른 군부의 역할을 최원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 79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말입니다.

“미제와 남조선 호전광들은 각종 타격 무기와 수십 만의 병력을 동원해 우리 공화국을 공격하기 위한 북침 연습을 미친듯이 강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늘날의 북한 군부는 20년 전 김일성 시대의 인민군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에 있는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의 말입니다.

“90년대 중반 시작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의 영향으로 북한 군은 그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겁니다.”

북한 군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난 해 9월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44년 만에 당 대표자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가장 먼저 한 것이 군부 인사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인 김정은과 자신의 여동생 김경희에게 대장 칭호를 준 데 이어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의 아들 최룡해와 리영호 총참모장 등을 승진시켰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이른바 ‘태양절’을 맞아 군 장성 38명을 승진시켰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과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상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이런 일련의 인사를 통해 군부 내에 김정은 친위세력을 심으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의 말입니다.

“과거 김일성이 군부의 유력 인사를 내세워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줬던 것처럼, 김정일도 군부에 김정은 친위인사를 심어 권력을 이양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군부는 남북관계에서도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을 통해 남북대화를 비롯한 대남정책을 관리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지난 2008년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한 이래 남북 군사회담은 물론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대남관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의 말입니다.

“현재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서 군부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북한 군부가 대남관계에 목소리를 낸다고 해서 군부가 노동당을 제치고 대남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과거 한국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를 지낸 이동복 씨의 말입니다.

“군대는 결국 당 군사위원회를 통해 권한을 가지니까, 군의 권한이 당을 능가한 적이 없죠.”

한편 탈북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군대를 위한다는 선군정치를 15년 이상 펴왔지만 그 혜택을 입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이른바 ‘백두산 줄기’ 에 속하는 고위 장성들일 뿐 일반 군인들의 삶은 비참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군 규정에 따르면 일반 군인들은 하루 7-8백 그램의 식량을 배급 받아야 하지만 90년대 이후 하루 6백 그램도 배급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군에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탈출한 차성주 씨의 말입니다.

“휴전선 전방은 일반 후방 보다는 공급이 좀 낫죠. 그런데 6백 그램이 나오는데, 규정에 입쌀과 옥수수를 5:5로 나온다든가 하는 규정이 있어요. 그런데 입쌀은 없고 맨 옥수수만 나온다든가, 제때에 공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죠.”

북한 군부를 연구해온 워싱턴의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의 미래가 군부와 김정은의 관계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에 따르면 만일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5년 이상 생존해 김정은 후계 체제가 자리를 잡을 경우 군부는 김정은을 떠받들고 나아갈 공산이 큽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만일 앞으로 1~2년 사이에 건강이 악화돼 사망하고 김정은 후계 체제도 흔들릴 경우 북한 군부가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