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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 일본 원전 사태 엇갈린 분석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일 폭발과 화재가 잇따르며 방사선 물질 누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핵심 관심사는 원자로 내부의 연료봉이 고온으로 녹아 내리는 노심용해가 대량 방사능 유출로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건설 특별 기술고문을 맡았던 재미 과학자 최한권 박사는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사능 물질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까지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까지 최악이라고 하는 TMI 사태를 보면 녹았던 노심들이 원자로 용기 바닥에 고여 있었고, 그걸 보면 이번에도 용기를 뚫고 내려가는 상태까진 가지 않을 겁니다.”

물론 냉각수 공급이 끊겨 사용 후 핵연료에서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열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최한권 박사도 그 점은 인정합니다.

“원자로 용기가 바닥이 녹아서 떨어진다면 격납용기도 터뜨리고 나올 것이고 그러면 더 이상 방사능 물질을 담아 내는 장치가 없으니까 수증기를 통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겠죠. 그건 심각한 재난이라고 봐 지는데.”

최 박사는 그러나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체르노빌에 이어 두 번째로 악명 높은 스리 마일 아일랜드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을 차단하는 기술이 훨씬 선진화된데다, 그 동안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유지해온 일본 당국이 사태를 수수방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본 원전 사태를 훨씬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국제안보연구소 소장입니다.

방사능 유출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특히 일본 정부가 어설픈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원전 상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면서 정확한 실태 파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최소한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스리 마일 아일랜드 사고에 비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특히 방사능은 오염된 목초를 먹고 자란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통해서도 흡수된다며 일본 원전 사태가 상당 기간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반면 현재 일본에서 측정되는 방사능 수준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롤드 부시버그 미 캘리포니아대학 방사선학과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부시버그 교수는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현재 원전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 기술자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방사능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방사선 양이 일반적으로 높은 수치이지만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부시버그 교수는 심지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제시한 대피 반경인 20km 이내로 들어가도 바로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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