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최근 뉴욕채널을 통해 식량 지원 규모를 늘려달라고 미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적대세력들이 마치 북한이 미국에 손을 내민 것처럼 고약한 험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북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식량 지원 문제는 원래 지난 해 초 미국이 3년 전 지원을 약속했던 50만t 가운데 실제 집행되지 않은 33만t을 마저 제공하는 문제로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대변인은 식량 지원이 인도주의적 문제로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미국이 지난 해 7월 미-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우라늄 농축 임시중지 등을 북한 제재 임시중지, 식량 제공 등과 연계해 “스스로 정치화 해 제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또 “미측이 초기에 논의되던 30만t 이상의 식량 지원과는 다르게 제공량과 품목을 대폭 변경했기 때문에 미국의 신뢰 조성 의지를 의문시하고 있다”며 “북한은 지난 해 5월 토의했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신뢰 조성 의지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뉴욕채널을 통해 미측에 지원 규모를 당초 24만t보다 크게 늘리고 영양품목 이외 쌀 등 알곡도 지원품목에 넣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2008년 북한에 지원키로 한 식량 50만t 가운데 미집행된 33만t 범위 안에서 대북 지원 규모를 검토하고 있지만 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식량 대신 영양품목만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앞서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식량 수요와 분배감시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난 달 베이징 협의가 끝났고 뉴욕채널을 통한 최근 미-북 접촉에서도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영양 지원 문제에 진전이 있으려면 전용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협상을 계속하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33만t을 받아야 된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결국 미국이 양보를 해야 된다거나 또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밀리지 않겠다, 그래서 뭔가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 이런 차원에서 강하게 33만t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 등 북 핵 협상이 지난 2008년과는 다른 상황임을 감안할 때 미국이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대북 식량 지원 규모를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지원 규모와 품목을 부당하게 바꾼 것은 오히려 미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그동안의 협상 과정도 설명하고 나섰는데 협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