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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스 주, 교과서 보수성향 수정으로 논란


미국 텍사스 주가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 지침을 대폭 손질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와 정치, 경제 체제를 보수적 입장에서 해석해 ‘우편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요. 교과서 내용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또 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 텍사스 주 학생들이 공부하는 역사, 사회 교과서 내용이 바뀐다는 건데 상당히 시끄럽네요.

답) 예. 파장이 큽니다. 교과서 내용이 아주 보수적인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인데요. 텍사스 주 교육위원회가 지난 21일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파 위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만큼 9대5의 표결로 새 교과과정 지침을 승인했습니다.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12시간 이상씩 끌었다고 하니까 얼마나 격론을 벌였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 그렇네요. 구체적으로 교과서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보수적이라는 겁니까?

답) 우선 큰 그림을 보자면 미국이 기독교 이념에 의해 건국된 기독교 국가다, 그런 전제를 깔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경분리 원칙을 뒤집었네요) 그런 셈입니다. 말씀하신 정경분리 원칙은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강조했는데요. 새 교과지침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대폭 줄였습니다. 대신 미국 건국 과정에서 기독교가 맡았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 현재 교과과정에서 서술하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 많다는 거군요.

답) 그런 점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소위 공산주의자 숙청 바람이 불지 않았습니까? (매카시즘이라고 하죠?) 예. 당시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주도했으니까요. 그런데 새 지침을 보면 이 매카시즘 열풍의 정당성이 결국 입증됐다, 이런 식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 사실과 좀 다르네요.

답)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당시 미국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매카시즘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매카시즘 덕분에 미국에 일찍이 공산주의가 발붙이지 못했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이 있긴 합니다만, 이런 평가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 보수층의 입김이 느껴지는 대목이군요. 또 유엔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던데요.

답) 맞습니다. 유엔과 같은 기구들이 어떤 식으로 미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는 식입니다. 유엔이 때때로 미국의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견제했던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보수층으로서는 유엔에 대한 언짢은 기억이 많습니다. 그런 불쾌감이 이번 새 교과 지침에 반영된 겁니다.

) 상당히 대담한 시도네요. 보수층이 보기에 좀 민감한 부분은 과감하게 덧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답) 덧칠만 한 게 아니구요.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몇몇 표현들은 아예 다른 단어로 바꿔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의 식민지 활동을 묘사할 때 ‘제국주의’라는 말을 종종 쓰지 않습니까? 이 제국주의라는 단어는 ‘확장주의’라는 단어로 대체하게 될 거랍니다.

) 침략한 게 아니라 미국의 영토를 넓힌 거다, 그런 의미에 더 무게를 두려는 의도 같군요. 사실 별 차이는 없습니다만.

답) 또 있습니다.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죠, ‘노예 무역’, 이 용어는 ‘대서양 삼각무역’으로 고쳤구요. 그 외에도 뭐 많습니다. 미국 정부를 ‘민주주의공화국’ 대신 ‘입헌공화국’으로 변경토록 했고, 미국 자유시장경제의 우월성은 더욱 부각됐습니다. 또 과세는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부정적으로 묘사됐구요. 학생들에게 1980~90년대 미국 보수단체들의 활동을 가르치도록 하면서 개혁적 단체나 소수자 권익단체들은 제외했습니다.

) 텍사스 교육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교과 지침을 바꾼 근거는 뭘까요? 파장이 대단할 거라고 예상했을 텐데요.

답) 예전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였을 당시 마련된 이른바 ‘좌편향’ 교과지침을 바로잡은 것 뿐이다, 그런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경화가 아니라 지나치게 좌측으로 이동했던 사관을 중간으로 옮겨놓은 것 뿐이라는 겁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히 높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보수적 수정안이 교육을 정치화하고 있다, 주로 그런 반박들입니다. 교과서 기술 지침이 너무 이념에 좌우되고 있고 그 결과 역사가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반대하는 측이 더욱 우려하는 건 이런 내용의 교과서가 텍사스 뿐 아니라 다른 주 학교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어째서 그런가요?

답) 텍사스 주의 초중등 학생들이 4백80만 명에 달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많습니다. 따라서 미국 교과서들은 학생 수가 많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의 교과 지침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연히 교과서의 보수적 색체가 다른 주 교과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 교육 지침 개정 논란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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