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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어릴적부터 북 대표 꿈꿔"


북한 축구 국가대표 정대세 선수가 최근 한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들을 공개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한인 3세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정대세 선수는 이미 어릴 때부터 북한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가졌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대세] “어릴 때부터 조선학교에 다니면서 자기 나라가 어딘지 자기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릴 때부터 배웠으니까요. 어릴 때 자기 꿈을 종이나 그런 데 쓰잖아요. 그 때는 장래 조선대표가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뜻에 따라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정 선수는 북한 대표선수가 되기로 다짐한 결정적인 계기로 고등학교 3학년 때 평양 수학여행을 꼽았습니다. 당시 평양의 양각도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면서, 여기서 반드시 대표로 뛰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정 선수는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국적을 따르는 일본의 법률 때문에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된 정 선수가 북한 국적을 취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 선수는 북한축구협회와 재일본조선인축구협회의 도움으로 2007년에야 북한 여권을 받고 마침내 북한 대표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세] “나는 원래 조선의 대표가 되고 싶었으니까 국적을 조선으로 바꿀려고 했는데, 법률적으로 못하게 되었는데, 피파의 규칙 속에서 그 나라의 여권을 받을 수 있으면 대표가 될 수 있어요.”

정 선수는 현재 외국에 다닐 때는 북한여권을 사용하고, 한국에 입국할 때는 임시 한국여권을, 그리고 일본에 입국할 때는 일본 재입국허가서를 사용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북한 대표팀 생활은 자신이 상상하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에서 프로선수로 생활할 때는 경기마다 새 유니폼이 지급됐고, 축구화도 직원들이 옮겨줬기 때문에 경기장에 갈 때 몸만 가면 됐지만, 북한 대표팀에 가보니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놀란 것은 빨래도 손으로 직접 하는 것이라며, 1주일 간을 그렇게 지내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인 브라질과의 경기에 앞서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큰 화제를 모았던 정 선수는 당시 두 가지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대세] “이유는 두 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대표가 되는 것이 대단히 힘들었어요. 일본에서 태어나고 국적도 한국이고, 그런데도 조선대표로 뛰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그 고생이 떠오르고, 그 다음에 조선대표를 선택한 다음에 월드컵 나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당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정대세의 눈물을 남아공 월드컵 10대 장면의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아공 월드컵이 정 선수에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 선수는 특히 포르투갈에 0-7로 참패한 것은 모두 자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난 뒤 휴식시간에 화가 나서 물병을 집어 던졌는데, 뒤에 있던 박남철 주장이 맞았지만 사과도 하지 않아 선수들 분위기가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정 선수는 자신의 그 같은 행동 때문에 0-7로 크게 졌다며, 정말 많이 뉘우치고 있으며 평생 사죄의 마음이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 선수는 또 남아공 월드컵에서 3전 전패한 후 북한 선수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대패하긴 했지만 월드컵에 진출한 자체로 북한에서 영웅이 됐다는 것입니다. 또 감독은 원래 지위가 높은 사람으로, 감독을 탄광에 보내거나 할 수는 절대 없다고, 정 선수는 말했습니다.

정 선수는 남북한과 일본 세 나라 사이에서 혼란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녹취: 정대세] “조선은 나를 지켜보고 키워준 나라, 일본은 내가 태어나 살기 쉬운 나라, 한국은 내 국적의 나라 고향이 있는 나라.”

정 선수는 북한 대표가 되기 전에는 정체성에 대해 별로 고민을 안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왜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북한 대표선수로 뛰고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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