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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인 “북한, 시리아 세습 정권 운명 다됐다”


북한과 시리아 같은 권력세습 국가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세습 독재국가는 군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다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장기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북한과 시리아 같은 봉건 세습국가의 운명이 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을 지낸 빌 에모트 씨는 지난 4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습니다.

에모트 씨는 ‘왕조적 독재정권의 운명이 다 됐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과 시리아처럼 가족 중심의 독재정권이 무한정 권력을 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에모트 씨는 지난 해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나 이집트로 확산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시리아로 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군부의 충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인터넷과 외부 언론을 차단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시리아 국민들은 아사드 정권의 유혈 진압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유화 투쟁을 몇 달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에모트 씨는 “시리아의 아사드 집안이나 리비아의 가다피 집안은 모두 운명이 다한 것처럼 보인다”며 “시리아 사태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가늠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에모트 씨는 북한이나 시리아 같은 세습 독재국가들이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두 가지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선 세습국가의 독재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군부의 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권력 자체가 국민의 지지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군부가 등을 돌리면 하루아침에 권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시리아의 독재자는 군 장성들에게 끊임없이 각종 선물과 향응을 제공해야 한다고 에모트 씨는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방문 연구원인 류길재 박사는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김정일은 통치자금을 갖고 군부 인사들에게 보상을 주고 또 충성하지 않으면 처벌을 하는, 보상과 처벌이 같이 이뤄지고, 단순히 군부의 인심을 얻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에모트 씨는 북한 정권의 또 다른 약점으로 ‘경직성’을 꼽았습니다. 최근 창건 90주년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그 동안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중국을 발전시켰습니다. 또 중국 공산당은 80년대부터 정치국원의 임기제를 도입해, 당내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고질적인 부정부패도 어느 정도 해소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낡은 공산주의 이념을 고수하는 것은 물론 사회주의에도 없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북한 주민들은 20년 가까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딘 쳉 연구원은 북한이 중국에 비해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방을 해야 하는데 김정일은 정권 유지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개방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서방의 대다수 전문가들이 김정일 정권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는 에모트 씨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09년부터 2년간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했던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블레어 전 국장은 중동의 민주화 같은 사태가 북한에 발생한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북한이 많은 모순을 안고 있지만 가난한 환경 속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상당 기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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