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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밀영상, 빈부 격차 확대, 북한사회 명암 비춰


일본의 민간단체가 촬영한 북한 내부의 최신 영상이 입수돼 한국 언론들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이번 영상에는 빈부 격차에 따른 북한사회의 명암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일본의 민간단체인 아시아 프레스가 촬영한 북한 내부의 최신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지난 6월에서 7월 사이 촬영된 8~9시간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점차 확대되는 빈부 격차에 따른 북한사회의 명암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동영상에는 평양 시내 공원에서 결혼식 야외촬영을 마친 뒤 팔짱을 끼고 걷는 신랑 신부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들이 타는 승용차는 세계적인 명차로 알려진 독일의 벤츠입니다.

이밖에 평양 시내 곳곳에서는 손전화기,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08년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손전화기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1천 8백 명이던 북한 내 휴대폰 가입자는 현재 66만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휴대폰 덮개와 목걸이를 파는 상점의 모습도 화면에 등장합니다.

평양 시장의 뒷골목 모습도 담겨있습니다. 한산한 평양의 큰 길에서 조금 벗어나 여성 상인들로 가득한 뒷골목 시장에는 북한의 식량난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이 매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입맛을 돋우는 색색깔의 고명이 얹어진 장터 국수, 아이스크림과 고기, 순대를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흥정도 이뤄집니다.

"(참외) 한 알로 안 해, kg로 해." (kg에 얼마예요?) "천 오백 원."

골목 상권이 커지면서 물건을 도심으로 가져가려는 사람들과 단속원과의 실랑이가 외곽 지하철역에서 종종 목격됩니다.

“나가십시오, 나가십시오. 못 들어갑니다. 이제 됐습니까? 빨리 나가십시오."

하지만 벤츠가 등장하고 흥정이 이뤄지는 평양의 동일한 장소에 가난과 궁핍의 그림자는 어둡게 드려져 있습니다.

평양공원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한 청년의 옷차림은 남루하기 그지없습니다.

땅에 주저 앉아있는 한 소년은 자신의 가족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죽어서 할머니 모시고 살았는데 할머니는 굶어 죽었고 아버지도 먹을 것이 없어서 탄내(연탄가스)맡고서 죽었어요.”

북한 군인 절반 가량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한 어린 북한 군 병사는 부대원 가운데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이 올 봄에 50%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한 끼 식사로 작은 감자 7개가 제공되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공동대표는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개된 동영상은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평등이라든지 기본 의식주를 보장하고 고루고루 잘 살자는 이념으로 출발한 우리식 사회주의가 실제로는 군대조차 못 먹이고 한편으로는 콘트롤 하지 못하는… 시장경제가 많이 활발해지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고, 장사를 잘 못하거나 통제 하에 사는 군대 같은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는….”

이시마루 대표는 또 밑바닥에서부터 시작된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북한사회의 명암을 더욱 짙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너무 기형적이라고 할까요? 개혁개방을 정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밑에서 시장경제화가 많이 진행되는 한편에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구출망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준비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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