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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쪼들린 북한 외교관 담배, 양주에 핵 밀매까지”


북한이 시리아 등에 핵 기술을 판매하는 배경에는 절박한 외화난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외교관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아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담배와 양주를 불법 거래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겁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담배와 양주는 물론 핵 기술까지 불법 거래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영국의 언론인 사이먼 핸더슨 씨는 최근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이 시리아와 이란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판매하는 배경에는 절박한 외화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핸더슨 씨는 지난 1980-90년대 파키스탄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거래를 취재, 보도한 언론인입니다.

핸더슨 씨는 특히 90년대 북한과 파키스탄 간 핵 거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북한 외교관 강태윤도 돈이 없어 현지에서 각종 불법 거래에 손을 댔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 강태윤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참사로 근무했는데, 북한 당국이 주는 월급으로 살아갈 수가 없자 불법 거래에 손을 댔습니다. 외교관 신분을 활용해 담배와 위스키를 면세가격으로 싸게 산 다음, 이를 시중에 팔아 돈을 벌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은 핸더슨 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아프리카 잠비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1996년 한국으로 망명한 현성일 씨가 당시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아무 대표부고 다 이런 부업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잠비아의 경우 소 뿔을 현지에서 사서 동남아서 팔아서 이제…”

핸더슨 씨에 따르면 당시 파키스탄 외무부도 북한 외교관들의 이런 불법 거래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파키스탄 군에 각종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문제화 하지 않았다고 핸더슨 씨는 밝혔습니다.

1983년부터 1988년까지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홍순경 씨도 북한이 파키스탄 군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처음 군수 거래가 시작된 것이 1987년에 처음 120미리 방사포탄입니다. 처음 시작한 것이…”

핸더슨 씨는 또 강태윤이 1997년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제작에 사용되는 특수 ‘머레이징’ 강철을 구입하려 했다며, 강태윤이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이런 거래로 돈을 벌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핸더슨 씨는 또 강태윤 부인이 현지에서 피살된 것도 핵 거래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담배와 위스키 등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홍순경 씨는 자신은 그와는 다른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강태윤이 집으로 퇴근하는데, 밖에서 사격을 했는데, 그 순간 부인이 문을 열어주니까, 그 찰나에 부인이 맞아서 죽었다는 겁니다. 원래 파키스탄과 인도가 호상 견제를 하는데, 북한이 파키스탄과 협력을 하니까, 인도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고, 범인은 잡은 것 같지 않습니다.”

8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 외교관들이 불법 거래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그 주재 북한 무역대표부에 근무하던 북한 외교관 박응식 씨와 부인 강선희 씨는 러시아 산 담배 23만 개비를 차에 싣고 스웨덴에 들어가려다 세관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또 지난 5월에는 인도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이 현지에서 발생한 고급차량 밀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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