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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영희 우상화 쉽지 않을것"


베일에 가려있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제작한 동영상에는 ‘고영희’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고영희가 아들인 김정은 제1위원장, 남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과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북한 내부 영상자료를 입수했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의 활동 모습이 공식 매체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이 입수한 1시간 30분짜리 영상의 제목은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으로 1980∼90년대에 촬영된 고영희의 활동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고영희가 어린 김정은이 그림 그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과 권총 사격 연습을 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영상은 고영희를 “김정일 장군님의 가장 귀중한 혁명 동지”라고 소개했으며, “선군의 우리 조국과 김일성 민족을 위해 하늘이 보낸 분”이라고 우상화했습니다.

또 고영희를 김일성 주석의 모친인 강반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친인 김정숙에 이어 최고지도자의 ‘위대한 모친’ 계보에 올렸으며, “장군님(김정일)에게 애정과 충성을 다한 어머님”으로 치켜세웠습니다.

영상은 또 고영희가 1990년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서 그를 지탱했으며 병사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단을 고안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고영희를 “그녀와 같은 충신을 가까이 둔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는 겁니다.

고영희의 영상물이 공개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가계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해 ‘후계자 김정은’이라는 책을 펴낸 한국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 연구원입니다.

[녹취: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 연구원] “김정은의 출생과 관련된 부분은 그동안 가려져 있었는데요. 이제 불가피하게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를 우상화하는 단계가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이 정작 ‘고영희’라는 이름과 그의 경력은 밝히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청진 출신인 영국 내 탈북자연합의 김주일 사무국장은 고영희가 ‘만수대예술단’ 출신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재영탈북인연합’ 김주일 사무국장] “고영희라는 여자가 과거 70-80년대 만수대예술단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TV에 나왔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발표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영종 연구원은 고영희가 재일한인 출신이라는 것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통일문화연구소 이영종 연구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일교포를 ‘째포’라고 비하해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재일교포라는 점을 가려야 하기 때문에 고영희라는 실명을 못쓴 것 같습니다.”

일본 측 자료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영희는 195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후 1960년대 초반 ‘귀국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뒤 70년대 만수대예술단에서 무용수로 활동 중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띄어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영희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 김정철과 김정은 그리고 딸 김여정을 낳았습니다.

고영희가 살아 생전에 자신의 아들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후계자가 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과 7년간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고영희 때문에 자신과 김정일 위원장간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미 요지 기자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도쿄신문 고미 요지 기자] “김정남 씨는 자기가 해외에서 유학생활 했을 때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그 때문에 나한테 대한 사랑이 그 가족, 즉 김정철 씨나 김정은에게 사랑이 갔다고, 그런 식으로 말했어요.”

북한은 지난 50년간 ‘백두산 3대 장군’이라며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을 우상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고영희의 경우에는 우상화가 잘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시 김주일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녹취: 김주일 사무국장] “출신성분은 태어났을 때 가정환경이고 사회환경은 성장해서 사회활동이 사회성분인데, 출신성분은 재일교포고, 사회성분은 만수대예술단 배우라고 알려지면 우상화 작업에는 큰 타격이 올 것이고, 설령 북한 당국이 강압적으로 해도 주민들이 김정숙 때만큼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죠.”

고영희는 지난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암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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