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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고영희 우상화 본격화”


지난달 10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베이징발 기사에서 공개한 고영희(2004년 6월 사망) 사진. (위:남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활동하는 모습, 아래: 아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지난달 10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베이징발 기사에서 공개한 고영희(2004년 6월 사망) 사진. (위:남편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활동하는 모습, 아래: 아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

북한 김정은 제1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생전 모습과 육성을 담은 기록영화가 한국에서 공개됐습니다. 북한 집권층이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대책으로,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방송공사 KBS는 김정은 북한 제1 국방위원장의 생모 고영희에 대한 선전영화를 1일 방영했습니다.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제목의 이 기록영화는 80여분 분량으로 북한 당국이 2004년 사망하기 전 고영희의 1980년대~1990년대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과 육성 사진 등을 섞어 지난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내용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영희를 우상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일본 오사카 출생의 고영희는 지난 1960년대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건너가 만수대예술단 소속 무용수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영희의 아버지는 일제시대 일본 군수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화 속 고영희는 무용수였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지만 약간 체중이 불어 후덕한 인상마저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퍼스트 레이디 또는 북한의 국모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군 부대 방문 때는 인민복 형태의 옷을 입고 외부인사를 접견할 때는 세련된 정장을 착용했습니다. 군 부대 시찰을 하며 군 장성들과 한 손으로 악수를 하는 등 김 위원장과 동반자적 위치로 활동하는 당당함도 보였습니다.

고영희의 육성도 처음 공개됐습니다. 2002년 자신의 쉰번째 생일 축하모임에서 직접 축사를 읽은 내용입니다.

“장군님과 함께 기쁨도 영광, 슬픔도 어쩌면 영광, 시련도 영광으로 생각하며 보내 온 30년 세월을 바라보면서…”

고영희는 특히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장군님의 어려운 7년 세월을 저는 보아왔고 함께 했다”며 1994년부터 2000년 사이 이른 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자신이 김 위원장을 보필한 사실상의 퍼스트 레이디였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고영희가 김일성 주석의 생모인 강반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뒤를 잇는 조선의 국모임을 선전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고영희를 위대한 어머니로 불렀습니다.

“우리 김일성 민족은 대대로 위대한 어머니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고영희의 실명이나 출신 경력 등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재일교포 출신 탈북자는 고 영희가 북한 사회에서 적대계층으로 차별받고 있는 재일교포 출신임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왕족에 어떻게 그런 피가 섞일 수 있냐, 이것은 이미 김일성 시대 때부터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 박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영희 자체가 재일교포라고 하면 이건 군중적 교양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영화는 지난 5월 당과 군 간부들에게 상영됐습니다. 때문에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에겐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고영희의 출신 성분 등의 이유로 우상화 작업이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바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선 고씨에 대한 우상화가 병행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상당한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정은 권력이 강화될수록 어머니 고영희와 관련된 우상화 작업은 병행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는 “북한의 새 지도자에겐 탄생신화가 필요하다”며 “탄생신화를 만들기 위해선 어머니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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