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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외 식량 요청은 평양과 군대용”


북한 정권이 유엔과 전세계 각국 정부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이유는 군대와 핵심 군중들에게 배급할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북한 정부가 핵심 군중들에게 어떤 특별배급을 할지 여부가 중앙정부의 재정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내 6 명의 `비밀 기자’들로부터 매주 두 차례 북한 실태를 전달 받고 있는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 몇 달 동안 특이동향을 감지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장마당에서는 곡식이 꾸준히 매매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배급에 의존하는 군대와 핵심 군중의 식량 사정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1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북한 정부가 외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온 국민 전체가 (식량이) 부족해서 힘드니까 달라는 게 아니고 정권 유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에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에 (외부에) 식량 요청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곡식을 수입해 핵심 군중들에게 배급했는데, 현재는 군량미는 물론 외화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1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군대에 대한 북한 정부의 식량 배급이 지난 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그나마 장마당 등 지하경제를 통해 식량 수급을 하고 있지만 정부만 바라보는 군대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겁니다.

한국 내 탈북자 단체인 NK 지식인연대의 김흥광 대표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 군대의 상황이 1990년대 중반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 공급이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고 문제는 군인 배급이예요. 군인들에 대한 식량 보급이 문제라는 겁니다. 최전방 부대는 벌건 죽을 갖고 가까스로 보장을 하는 형편이고 최악의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대표는 평양 시민들에 대한 배급도 과거 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대외보험총국 간부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김광진 씨는 북한 정부의 최대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무기 수출이 유엔의 제재에 막힌 것이 큰 타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가장 큰 돈 덩어리가 미사일과 핵 기술 등 무기 판매에서 나왔는데 그 게 하나하나씩 막히고 어려워지니까 그게 가장 큰 타격이죠. 둘째는 무역 활동, 금융 활동, 보험사기 등을 통해 현금 조달을 많이 했는데 이런 것들이 여의치 않아진 거죠.”

이 밖에 화폐개혁 이후 더욱 취약해진 경제와 한국 정부의 지원과 교류가 끊긴 것도 중앙정부의 외화와 식량 확보에 타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미국 내 소식통은 북한 인구 20 퍼센트에 달하는 핵심 군중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줄어든 것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정부가 최근 식량 확보와 외화벌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북한 정부의 전방위적 식량 지원 요청이 식량 자체보다 내부의 정치일정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 정권의 최근 식량 요청은 자신들이 선전하는 `2012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비축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식량 상황은 늘 열악하지만 그렇다고 전년에 비해 그다지 악화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핵심 군중들에게 어떤 특별배급을 하는지 여부가 재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 물량, 이 것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기 위해서 2월 16일의 특별배급 내용이 저는 아주 큰 관심이 있습니다. 그걸 잘 못 준다면 정말 어려운 거죠.”

명절의 특별공급은 식량 뿐아니라 정치적 행사이기도 하기 때문에 규모와 내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미국 내 한 소식통은 북한 정부의 자금난이 계속 악화될 경우 핵심 군중의 충성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해 좀더 유화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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