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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모내기 `비료 필요량의 20% 밖에 공급 못해’


북한에서는 매년 이 맘 때쯤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됩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가을 수확을 늘이기 위해서는 영농 기계화와 충분한 비료 공급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평안남도를 비롯해 북한 전역에서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올해 온 나라가 떨쳐나서 일을 하니 힘이 납니다. 이제는 맘을 맞춰 일하니 누가 농장원이고 누가 지원자이니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일도 총화도 똑같이 합니다.”

과거 북한의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가 지난 1995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민복 씨는 남북한이 모두 모내기를 하지만 크게 다른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모내기를 일일이 손으로 하지만 남한은 기계로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사람이 오글오글하죠. 여기(한국)는 기계로 하니까 즉각 해치우고, 거기는 기계가 없어 오래 걸려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은 북한도 벼 농사 등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면 이앙기 등 기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0년대 한국도 이앙기 등을 사용하면서 소출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이앙기가 도입되면서 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아직 이앙기가 없어 손으로 모내기를 하는 것은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죠.”

부족한 ‘비닐박막’ 도 북한의 모내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모내기를 제대로 하려면 4월에 비닐로 보온 못자리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비닐박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민복 씨는 지적했습니다.

“모판에 비닐박막은 씌우죠. 그런데 그 것도 귀해서, 옛날에는 비닐박막은 보장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려우니까…”

한국은 지난 90년대 중반 북한에 못자리용 비닐박막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천안함을 공격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면서 비닐박막 제공을 중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농업생산성을 높이려면 비료 생산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벼를 비롯한 곡물이 제대로 자라려면 논과 밭에 질소, 인산, 칼리 같은 비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북한 전체의 연간 비료 사용량이 58만t 정도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북한이 사용하는 비료가 10만 t 정도니까, 필요양의 20% 밖에 안 되는 거죠.”

북한의 수뇌부도 비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7일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 연합기업소를 방문하고 비료 생산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기업소가 석유 대신 무연탄을 사용해 비료를 만든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이민복 씨는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주체적 입장에서 그러는 건데, 석회석하고 석탄하고 전기 아크로 녹이면 카바이드가 생산되고 그 것이 석질비료라는 것인데 이게 워낙 전기가 많이 들어가고 생산성이 안 맞고, 아마 그럴 것입니다.”

북한은 모자라는 비료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3월 중 중국으로부터 총2만5천t의 비료를 수입했는데,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의 수입량에 비해 62%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시 권태진 부원장의 말입니다.

“올해는 중국이 외부에 비료 수출을 억제하기 위해 비료에 수출 관세를 70%나 매기고 있습니다. 북한을 비롯해 비료 수출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식량을 비롯해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료 생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과거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집단농제를 폐지하고 가족농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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