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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대표단, 입국부터 출국까지


북한 경제대표단이 어제 (3일) 2주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이번 방문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 행위로 미-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데다, 대표단이 대부분 경제 부처의 국장급 간부들이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내 행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먼저 북한 대표단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됐고, 또 미국 방문이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 네, 대표단은 북한의 중간급 경제 관료 12명으로 구성됐는데요, 한종삼, 홍명수, 신동길 등 무역성과 농업성, 재무성 소속 국장급 관리들입니다. 이들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UC샌디에이고) 산하 국제분쟁협력연구소 (IGCC) 수전 셔크 소장의 초청으로 지난 19일부터 어제 (4월 3일)까지 2주간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한 셔크 소장은 미-북간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 이른바 ‘트랙투’를 오랫동안 추진해 온 전문가인데요, 지난 해 9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타진했다고 합니다.

문) 북한 대표단의 방미 목적은 무엇입니까?

답)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배우기 위한 것입니다. 주최 측은 북한 대표단이 소기의 방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소비자 행동 등에 대한 강의와 세미나 외에도 소매업과 정보통신, 에너지, 환경, 농업 분야 등 미국의 다양한 산업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일정에 포함시켰습니다.

문) 미국에서의 일정이 어땠는지 소개해 주시죠?

답) 네, 지난 달 19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후 22일부터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쪽으로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샌디에이고로 옮겨서 닷새 동안 지냈습니다. 그리고 27일에는 동부 뉴욕으로 이동해 나흘 일정을 보냈구요, 30일 다시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마지막 일정을 보내고 어제 (3일)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문) 제일 먼저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에서 1주일을 보냈군요. 대표단이 여기서 어떤 행사들에 참가했습니까?

답)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가 주최한 여러 특강과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세미나의 주제는 시장경제의 주요 구조와 회사 경영, 시장경제의 소비자 보호,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과 발전, 에너지 보존, 통화 시스템, 미국 내 최고경영자의 역할과 기업 전략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대표단은 또 세계적인 무선통신업체인 퀄컴과 에너지 업체인 셈파, 생명기술업체인 라이프 테크놀지지스, 대형 해산물 생산업체인 카타리나 등을 견학했습니다.

문) 그렇군요. 샌디에이고 다음 일정이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하는 뉴욕이었죠? 뉴욕에서의 일정은 어땠습니까?

답) 뉴욕 일정은 민간단체인 아시아 소사이어티가 주관했는데요, 북한 경제대표단은 뉴욕대학의 교수진들로부터 법률과 세제, 분쟁 중재 등의 특강을 듣고, 뉴욕의 상징 산업을 둘러보는 등 3박 4일의 빡빡한 일정을 보냈습니다.

문) 뉴욕의 대표적인 산업이라면, 아무래도 소매와 금융, 미디어 등이 아닐까 싶은데요?

답) 네, 그렇죠. 북한 대표단이 견학한 회사들도 바로 뉴욕을 대표하는 회사들이었는데요, 세계적인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와 유명 백화점인 블루밍데일, 세계적인 금융업체인 시티그룹 등을 둘러봤습니다.

문) 그렇군요. 대표단은 뉴욕에 이어 다시 서부로 이동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다지요? 그 곳에서는 어떤 행사에 참가했습니까?

답) 네,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구글사를 방문했구요, 서부 명문 스탠포드대학의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했습니다. 또 이 지역 최첨단 연구단지인 실리콘 벨리를 둘러보고,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기업인, 변호사들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그렇군요.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행사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지요?

답)네, 그렇습니다. 지난 해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농축 우라늄 시설을 목격하고 온 국제안보협력센터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문) 어제 출국할 때까지 북한 경제대표단이 2주일 동안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취재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미-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행사라 그런지 대표단을 초청한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측이나 뉴욕 일정을 주관한 아시아 소사이어티 측은 문의 전화나 전자우편에 일정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또 대표단에게 접근하는 현지 취재 기자들과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대표단은 처음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하는 등 경직된 모습을 보였지만, 나중에 뉴욕에서는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 기자에게 묻는 등 조금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 주최 측이 북한 경제대표단의 이번 방문에 상당히 많은 배려를 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학습이란 방문 취지에 맞춰 다양한 특강이나 산업시찰 일정 등이 아주 충실하게 준비됐습니다. 또 대표단이 묵고 식사하는 곳도 많이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이 묵은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에스탠시아 호텔과 뉴욕 더블트리 호텔 등은 모두 미국에서 고급호텔로 통합니다. 대표단은 샌디에이고에서는 유람선도 탔구요, 식사는 하버드 클럽 같은 고급 음식점에서 많이 했고, 또 가는 곳마다 도나휴 집안 등 지역 유지나 후원자들이 제공하는 만찬을 대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끝으로, 북한 경제대표단의 이번 미국 방문으로 어떤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건가요?

답)글쎄요, 2주일간의 짦은 방문으로 당장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폐쇄된 북한이 바깥세상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줌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 차원의 교류가 진정한 결실을 만들어 내려면 핵 문제나 남북관계 등 근본적인 문제에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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