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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나포 중국 어민 전원 석방


지난 8일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나포돼 억류돼 있던 중국 어민과 어선들이 오늘 석방됐습니다. 베이징의 온기홍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에 억류됐던 중국 어민과 어선들이 모두 석방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이 지난 8일 새벽 서해 상에서 나포했던 중국 랴오닝성 선적의 선박 3척과 선원 28 명이 오늘 새벽 모두 석방됐습니다. 중국 선원 28 명은 이곳 시간으로 오늘 오전 7시쯤 랴오닝성 다롄항에 도착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 등이 주요 뉴스로 전하고 있습니다. 20~40대의 중국 선원들은 다롄항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 검진을 받았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앞서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은 어제 전체 나포 어선과 어민이 풀려나 돌아가고 있다고 북한 외무성이 통보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문) 북한 측은 중국 선주 측에 사적인 접촉을 통해 거액의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중국 측이 대가를 지급했나요?

답) 아닙니다. 중국 어선 3척과 어민들을 붙잡고 거액의 돈을 요구했던 북한 측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이들을 풀어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중국 어민들을 붙잡은 정체불명의 북한 세력은 외교 경로를 통하지 않고 사적인 접촉을 통해 중국 선주에 최고 270만 위안을 송금하라고 요구했고, 송금 마감일까지 보내지 않으면 어민들을 처리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중국 선주들이 주장했었습니다.

문) 북한이 대가를 받지 않고 중국 선원들을 석방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답) 중국과 북한 당국은 선원 석방 협상과 타결 조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이번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뒤 중국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여론이 급격히 퍼지고 북-중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이례적으로 북한을 비난하는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이 수천 개가 올라오는 등 반북 감정이 고조됐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인 17일 류홍차이 북한주재 중국대사 일행이 북-중 합작농장을 찾아 농기자재를 기증하고 이앙기를 몰며 모심기를 도왔다는 영상 보도가 나오자 중국 네티즌들은 류 대사를 강도 높게 성토했었습니다. 중국 측에서 어선들이 북-중간 서해 영해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위성항법 기록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 중국 어선들이 서해 상 영해 경계선을 넘었는지와 관련해 북한과 중국 간 주장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요, 북-중 간에 어업경계선이 없는 상황이라면서요.

답) 네, 현재 북-중 간에는 서해 영해 경계선은 압록강 하구(동경 124도10분6초)를 기준점으로 남쪽 공해까지 잇는 국경조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서해 어업경계선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중국과 북한은 영해 이남의 서해 해역에는 동경 123도59분26초∼124도26분 사이에 이어지는 긴 직사각형 모양의 자유통행수역을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그 동안 중국 어선들이 서해 동경 124도 선을 넘지 않도록 지도해 왔는데요, 중국 매체들은 이번에 어선들이 나포된 곳이 동경 123도57분, 북위 38도05분 해역으로, 12해리 기준을 적용할 때 북한 영해를 벗어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상 50해리(75㎞) 영해 적용은 일방적이며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번 중국 어선 나포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본격적인 서해 어업경계선 확정 협상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서해는 이른바 황금어장으로 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 뿐아니라 한국 영해까지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동안 중국 어민들이 서해 상에서 북한 측에 돈을 주고 조업을 해왔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답) 네, 그 동안 중국 랴오닝성과 산동성의 어선들이 고기를 좇아 동쪽으로 가다 보면 북-중 경계를 넘는 때가 많았고, 북한 부대가 해역 별로 중국 어민들에게 어선 수와 시간 별로 돈을 받고 조업허가증 같은 것을 증표로 주는 관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정체불명의 북한 세력이 사적으로 중국 선주들에게 거금을 받아내려 했던 것도 이런 관행대로 해결하려 했던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중국 랴오닝성 선적회사는 북한 측의 요구 금액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자 이를 중국 언론매체들에 공개했고 북-중 외교 문제로 번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포 사건이 13일 만에 마무리된 것도 북한과 중국 당국이 중국 어선과 북한 부대 간 거래를 통한 불법조업 묵인 관행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상을 파악했고 타협을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 북한 측의 중국 어민 억류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북한 측에 어떤 요구나 추가 대응을 할지 궁금한데요?

답)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미 어제 ‘신화통신’ 북한주재 중국대사관을 취재해 보도했으며 새로운 소식을 제공할 것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정부가 북한 측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 중국 어민들이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었다고 반복해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놓고 볼 때 중국과 북한 모두 대가 없는 중국 어민 석방이라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짓고 겉으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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