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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화가, 워싱턴서 첫 전시회


송벽 작 ‘꽃봉오리’
송벽 작 ‘꽃봉오리’

탈북 화가의 전시회가 처음으로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자유와 가족의 소중함을 화폭에 담았다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붉은색의 김정일화 앞에 푸른색 교복을 입은 소녀 9 명이 해 맑게 손을 흔들며 웃고 있습니다.

[녹취: 송벽] “평양시를 방문한 외국인들한테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데 그림 속 소녀들의 눈은 모두 맹인처럼 감겨 있습니다. 눈은 갖고 있지만 세상을 제대로 못 보는 눈 뜬 맹인이란 겁니다.

[녹취: 송벽] “근데 세계가 얼마나 넓습니까? 이런 작품들을 그릴 때마다 이 지구상에서 왜 북한만 저렇게 살아야 되는 건지. 왜 북한만이 외계인처럼 세계와 모든 것을 단절시키고 살아야 하는 건지 전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황해도가 고향인 북한 선전일군 출신 탈북화가 송벽 씨입니다. 송벽 씨는 2002년 한국에 입국한 뒤 미술대학을 거쳐 자유와 평화, 가족 등을 주제로 북한의 통제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 지난 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송벽] “북한 정부에 충성하고 사람들이 충성하게끔 유발시키고 선동하는 선전일군으로 일했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살 때는 무엇이 자유인지 조차 모르고 살아온 거예요. 시키는 대로 하니까니 그 게 자유라고 생각했거든요.”

40대 초반의 송벽 씨는 13일부터 30일까지 워싱턴의 한 그림 전시장 (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신의 전시회 홍보차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올해 초 애틀란타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전시회가 열린 겁니다.

탈북자가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그림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존스홉킨스 대학과 아메리칸대학이 지난 주 송 씨를 초청해 12일과 13일 각각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예술의 상징인 자유와 창의성이 지구상에서 가장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란 이유 때문에 송벽 씨의 설명을 듣고 싶었다는 겁니다.

송 씨는 지난 12일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자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송벽] “종교의 자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이 네 가지가 인간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유거든요. 근데 그 자유 자체를 북한은 모르고 사는 거예요. 전 한국에 와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송 씨는 그러면서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그렸던 그림을 떠올렸습니다.

[녹취: 송벽] “흰 캔버스에 점 하나 딱 찍고 처음에 뭐 그렸는지 아십니까? 큰 호숫가에 점 하나 그리고 거기다가 오막살이 초가집을 졌어요. 거기다 밥하는 연기를 그려 넣거든요. 그러면서 우리 가족이 저기 다 모여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 그렇게 그린다는 자체도 너무 자연스럽고. 작품하고 나하고 막 연애하는 느낌이 들고. 북한의 예술가들은 솔직히 자기 의지대로 작품하는 게 아니거든요.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기 때문에 그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송 씨의 작품 가운데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림은 김정일의 얼굴과 미국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몸을 합성한 풍자 그림입니다.

지하철 환풍기 바람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치마 속을 가리려는 마릴린 먼로의 유명한 사진에 검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는 김정일을 합성한 이유에 대해 송 씨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송벽] “김정일 국방위원장한테 저는 정확하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했어요. 제발 벗어라! 너무 가리지 말고 보여줄 건 보여주고 북한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유를 달라.”

송벽 씨의 미국 전시회를 기획한 미술 연구가 그레그 펜스 씨는 송 씨를 매우 역동적인 한국의 현대작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펜스 씨] “I think he is part of very dynamic Korean contemporary artist..

송 씨의 그림은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뿐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의 특성과 이야기를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화폭에 담아내는 뛰어난 작품이란 겁니다.

펜스 씨는 송 씨의 강렬하지만 긍정적이고, 독특하다 못해 유머까지 겸비한 작품들이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씨는 북한의 자유와 인권 뿐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의 평화를 상징하는 그림들을 계속 그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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