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 특별대표 뿐아니라 중동특사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 수단특사 등 주요 직책을 명망 높은 인사들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직업 외교관들로 꾸준히 교체하고 있다고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이 밝혔습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인터넷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이들 나라와 문제가 있는 이유는 조건 없이 고위급 협상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점을 일찍이 깨달았지만 주요 외교공약을 뒤집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교체 역시 전향적인 새 대북 관여정책을 펴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그린 전 보좌관은 풀이했습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또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교체 배경에는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영향도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명망 있는 특사들의 경우에는 행정부의 입장에 개의치 않고 개인적인 소신을 밝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측이 미리 그럴 소지를 없앴다는 겁니다.
실제로 부시 전 행정부도 지난 2004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이란 문제 같은 민감한 외교 현안들에 대해 고위 당국자들에게 입 조심을 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핵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비교적 덜 알려진 직업 외교관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기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그린 전 보좌관은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하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을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계획까지 공개한 마당에 핵 문제에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은 전임 부시 행정부 말기에 한국과 일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줬는데, 북한은 오히려 핵 신고 검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그린 전 보좌관은 지적했습니다.
그린 전 보좌관은 북한이 현재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에 완전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미-북 후속 회담에서는 기껏해야 북한이 잠시 도발을 멈추고 영변 핵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는 정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 중국의 입장에서는 내년에 국내적으로 중요한 선거나 지도부 교체가 있는 만큼 북한을 당분간 조용하게 묶어둘 조치들을 취하려 할 것이라고 그린 전 보좌관은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쉽게 번복할 수 있는 조치들만 약속하기 때문에 빠르면 내년에 다시 한반도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그린 전 보좌관은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