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회담을 갖고 “정부가 최근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며 “북한도 한국이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에 대해 위로를 표시하고 방북 조문단의 제한적인 허용, 그리고 당초 실시키로 한 최전방 지역 성탄절 점등을 유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체제가 확립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한국 정부는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뜻을 같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중국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국과의 소통은 잘 되고 있다”며 “내년 초 중국에 첫 국빈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기자들에게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이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동안 해 온 대화 채널 복원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전개되는 추이를 봐 가면서 그런 안정적인 대화채널을 확보하고 여러가지 접촉 가능한 채널을 동원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류 장관은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는 5.24 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이지 남북 당국간 대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말해왔다며, 당국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 방법을 협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조문 방북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알려왔습니다.
통일부는 북측이 22일 오후 3시30분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통해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육로 방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이날 오전 같은 채널을 통해 이 여사와 현 회장이 육로를 통한 조문 방북을 희망하고 있다고 북측에 통보했습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도 북한이 전날인 21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이름으로 현 회장의 방북을 환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조의 방문을 환영하고 시간이 없으니 일정을 빨리 알려달라, 그리고 세 번째로 육로로 올 경우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 방북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통일부는 이 여사 그리고 현 회장 측과 향후 일정과 조문단 구성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문단 구성과 관련해 이 여사 측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동행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정치인들의 방북은 불허한다는 입장입니다.
영부인이었던 이 여사에 대해선 예우 차원에서 과장급 또는 그 이상의 정부 측 실무진 두 세 명이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북 일정은 26일 또는 27일 출발해 1박2일로 다녀올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 상주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접견을 통해 대남 메시지를 전달받을 가능성도 있어 이들의 조문 방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