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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북한인권 운동가들, 코로나 장기화에 ‘인권 문제 관심 잃을까 우려’


지난 4월 북-중 국경지역인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촬영한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지난 4월 북-중 국경지역인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촬영한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북한 주민과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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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녹취: 저격수 김정아] “북한 여군 장교 출신 김정아입니다. 자강도에 2천360명… 숫자가 보이게 됩니다.”

북한에서 군 장교였던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 운동가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

탈북 후 인신매매를 당하고 중국인 남성과 낳은 아이와 생이별한 탈북민 엄마들이 다시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민간단체 ‘통일맘연합회’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를 통해 한국 내 탈북 여성들의 트라우마 치유와 정착 지원, 그리고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김정아 씨는 한 달 전부터 ‘저격수 김정아’라는 이름으로 북한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내용과 목적으로 다수의 탈북민 유튜버가 활동하는 상황에서 김 씨는 자신의 활동 배경은 사실 코로나 사태 때문이라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기업들이 난리났고. 통일부 프로젝트 하려면 밖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기업들에 전화했어요. 올해도 지원이 가능하냐고 하니까 ‘우리도 무조건 버텨야 하는데, 자기들이 갖고 있는 자산들 현금화해서 투자하는 상황’이래요. 일단 후원은 100프로 끊어진 상태. 오죽 급했으면 내가 유투브 열었겠어요. 너무 급해서 유투브 연 거에요.”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후원금 기부가 아예 불가능해져 궁여지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제작자들은 동영상 시청 조회수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부터 미국을 방문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인권 상황 등을 알린 김 대표는 올해 중요한 해외 인권 활동을 앞둔 시점에서 매우 당황스럽다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 대표와 탈북 여성들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이 중국 내 탈북 여성들과 가족을 이룬 중국인 남성 즉, 자국민 인권침해 사례를 만든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조사 사업을 올해 진행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위한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후원금 논의를 위한 미국 내 인권단체 관계자의 방문 일정도 돌연 취소됐습니다.

[녹취: 김정아] “국제민주연구소NDI 한국지사 대표와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이런 단체 역량 강화 예산이 있다고 도와준다고 했는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사람이 3월에 내려온다고 했는데. 전격 취소.. 재택근무가 들어갔고. 예산이 잠정중단에 들어갔다는 거에요. 지금 사태가 그래요.”

김 대표는 국내에서 북한인권 활동은 제약이 많고 결국 조사 결과를 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고 미국 방문 자체가 무산될까 걱정이 큽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피해자 상황에 대한 자료조사 사업과 북한 내 정보 유입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노체인’ 정광일 대표는 매년 미국을 방문해 북한 인권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첫 계획은 물론 북한 정보 유입 활동도 지장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광일] “제가 3월 말 미국 마이애미에서 쿠바 활동가들과의 교류 세미나도 취소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바다를 통해 팻트병에 쌀과 USB를 보내는 활동은 할 수 있으나 코로나로 인해 한국 교회에서 기부해주던 게 저조해 현재는 보낼 수가 없습니다.”

`노체인’은 매달 두 차례 쌀과 영화, 뉴스, 성경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USB를 페트병에 넣어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최근 황해도로 흘러 들어간 피트병에 대한 피드백을 들었다며, 남한에서 코로나를 묻힌 쌀을 보낸다는 북한 당국의 내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와 해외 활동이 모두 막힌 상황이라는 정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지금 현재 국내에서는 북한인권을 거론하는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고요, 현재 미국에서 행사를 하는데 장기화 할 경우에는 북한인권 개선 활동이라던가…”

2017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와 함께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했던 탈북작가 지현아 씨도 같은 상황입니다.

[녹취:지현아] ”그 곳의 백성들은 어떤 악한 통치자로 인해 70년 간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 나라는 전체가 감옥이었고 아무도 감옥 밖을 나갈 수가 없답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의 기독교단체 연단에서 북한 주민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던 지현아 작가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도 서는 등 해외 활동이 많은 인권운동가 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녹취: 지현아] “작년 일정들을 보면 일본, 요르단, 홍콩 등지에서 기독교 행사가 있었고, 타이완, 미국, 영국, 스위스, 독일 등지에는 북한인권에 관한 일정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단 하나의 일정도 소화한 것이 없습니다.”

지 작가는 올 4월에 가기로 했던 스페인의 인터넷 자유 축제와 미국 대학 강의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7월부터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가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종결돼야 참석할 수 있다며, 현재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평소보다 더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내 북한인권 운동가인 징검다리 박지현 대표의 경우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군포로와 북한인권 영화 상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일정이 취소됐고, 국군포로 자녀 영어 번역 수기 출판 계획도 중단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의 행사는 물론이고 영국 앰네스티와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캠페인 등 다수의 행사와 계획들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소셜미디어 활동 외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제작하고 탈북민들간 소통공간을 준비하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녹취: 박지현] “팬데믹 상태가 오래 가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혼자 읽고 있는 책들이 있는데 ‘전체주의 시스템’을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강의하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온라인을 계획하고 있고요, 혼자 사시는 분들이 외롭게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을 위해 온라인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영국 내 400여명의 탈북민들에게 영국 정부의 지원 내용을 번역해 공유하고 있으며 40가정에 쌀과 라면을 지원했습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송벽 화가는 올 봄 독일의 민간단체와 함께 독일 괴팅겐대학의 그림 전시와 강연 일정을 계획했지만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시와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송벽 화가는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문 자서전과 삽화 제작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시기를 앞당겨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쓸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활동이 활발한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세계적인 보건,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깊습니다.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중국과 해외 거주 탈북민들과 주민들의 상황은 더 참담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입니다.

[녹취: 김정아] “중국에서 강제북송 한다는 데 보위부가 안 받겠다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도 중국은 멈추지 않는다는 거죠. 이 틈에 오히려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이 다 걸려들어요. 우리가 미룰수록 중국에서의 인권 유린은 더 심각해지고. 북한인권 문제를 처음부터 다룰 때, 북한 혼자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의 인권 유린을 함께 다뤄야 …북한 내부 사람 취급 못받지만, 가장 범죄자 취급하는 게.”

박지현 대표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묻힐 것이 두렵다고 말합니다

[녹취: 박지현]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코로나 사태가 안 벌어져도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가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인데 2주 전에 나왔던 중국 내 무국적자 리포트나 휴먼 라이츠 워치 보고서 보면 난민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내용을 봤는데 북한 난민에 대한 어떤 내용도 공론화 되지 않고 있는데, 북한인권 문제가 묻힐 거 같은 두려움이 있어요.”

박 대표는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다큐 영상을 언급하며, 개인과 민간 차원의 인권 활동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의미가 컸고,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최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제작한 다큐영상에서 미국이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게 된 과정 등을 소개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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