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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북한 40년 새 두 번째로 심각한 가뭄"


북한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지난 2012년 6월 황주군 고현리에서 여군들이 옥수수 밭에 물을 대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한 지난 2012년 6월 황주군 고현리에서 여군들이 옥수수 밭에 물을 대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40년 새 두 번째로 심각한 가뭄을 맞았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가 밝혔습니다. 올해 북한의 가뭄 피해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질병 예방법 등을 김영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의 노동신문이 북한의 가뭄 상태가 심각하다고 보도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1981년 이후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비가 적게 내렸습니다. 40년 새 두 번째로 가뭄이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7월 중순까지 전국평균 강수량이 21.2mm로 평년 대비 25.8%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남도가 지난 20일부터 낮 최고기온 평균 35도 이상을 기록하면서 논과 옥수수 밭에 가뭄이 들어 벼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옥수수 잎도 마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공식 시인한 상황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에 미달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연간 식량 수요량은 575만t인데 지난해 식량 생산량은 태풍과 수해 등으로 440만t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135만t이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0만t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가뭄이 지난 몇 년 간 여러 차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기자) 근래 들어 지난 2017년과 2019년 등이 가뭄이 심각했었는데요. 특히 2017년의 경우, 북한의 공공배급체계에 필요한 식량의 43%를 생산하고 있는 황해도와 평안도, 남포시 등 주요 곡창지역이 수확한 밀과 보리, 감자 등 이모작 작물 수확량은 그 전 해 대비 30% 넘게 감소했습니다. 도정 후 쌀 수확량이 전례 없는 규모인 155만t으로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올해는 세계적으로도 무더위가 심해서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연일 기온이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요. 왜 유독 북한에서만 가뭄 문제가 심각한 건 가요?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빗물을 모았다가 가뭄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곧바로 가뭄 피해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북한이 똑 같은 가뭄에도 다른 나라들보다 피해가 더 심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배경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노동신문은 북한 내각의 농업성과 각 도·시·군의 당·정권기관·농업지도기관에서 시급히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주민들도 강우기 등을 동원하기 위한 사업을 조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그에 앞서서도 북한이 지하수 시설들을 건설하고, 저수지 담수 능력 확장 등에 나섰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1950~60년대와 달리 근래 들어 농경 시스템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는 관개시설 확충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따라서 당국의 노력이 최근 몇 년 간 반복되고 있는 가뭄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나요?

기자) 북한이 최근 유엔에 식량 부족 상황이나 국내 총생산 GDP 등 그동안 공개를 꺼려왔던 통계를 유엔에 이례적으로 보고한 것은 북한이 유엔의 다자간 공동정책을 이행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의향이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외부 지원을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통계를 매년 제공하고 외부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에 들어가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기고 있습니다.

진행자) 가뭄으로 인한 영양 부족 등 피해는 없을까요?

기자) 가뭄의 영향을 받은 지역 주민들의 영양과 보건 상태가 매우 악화됩니다. 지난 2017년 유엔은 북한 당국의 보고를 인용해 가뭄 피해 지역에 5세 미만 영양실조 어린이가 4%에서 19%로 증가하고 설사병 환자도 15%에서 32%로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영양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사회가 경고한 바 있죠?

기자) 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5개 주요 유엔 기구가 발표한 ‘2021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42%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전년도 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북한 전체 인구의 42.4%에 해당하는 1천 90만 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가뭄 피해 지역에서 설사 환자도 늘고 있다고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설사를 예방법과 설사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려주시죠.

기자) 체력의 소모를 피하면서 장운동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안정을 취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설사는 수분이 배출되는 현상이므로 탈수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따뜻한 물에 소금을 약간 타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경우 소화하기 쉬운 따뜻한 음식 위주로 먹이고 수분 공급에 유념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모유를 먹는 아이는 모유를 계속 먹이되 분유나 우유를 먹는 어린이는 분유 섭취를 일시 중단할 것을 권합니다.

김영교 기자와 함께 올해 북한의 가뭄 피해 상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질병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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