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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정상이 강조한 다원주의, 북한 주민들도 누려야"


지난 11일 북한 평양 옥류전시관에 민족주의를 강조한 그림이 걸려있다. (자료사진)
지난 11일 북한 평양 옥류전시관에 민족주의를 강조한 그림이 걸려있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강조했던 다원주의 문화를 북한도 수용해 주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지도자 가족은 영국까지 가 음악 공연을 즐기면서 주민들이 한국 등 서방 음악과 드라마를 접하면 수용소로 끌려가야 하는 위선적 현실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난 21일은 유엔이 제정한 ‘대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이었습니다.

인류가 언어와 예술, 종교, 장애인 등 소수계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할 때 세상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이 2002년 제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다원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런 다원주의 존중 등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우정이 “활발한 인적 유대를 통해 더욱 강화됐다”며 1955년 이후 170만 명 이상의 한국 학생들이 미국 교육기관에 입학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0만 명 이상의 한국 시민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에 근무 또는 거주하고 있으며, 2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K팝과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들을 언급하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people — our people-to-people and cultural connections are only growing. And K-Pop fans are universal…A Korean actress took home an Oscar for Supporting Actress this year, following up on the four Oscar wins for the movie “Parasite” last year.”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의 인적교류, 문화적 연결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K팝 팬들은 세계 보편적이 됐고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지난해 한국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융합된 ‘멜팅 팟’(Melting Pot)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와 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획일성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다양한 문화를 유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전한 원동력이 됐다고 많은 역사가와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국의 민간연구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출범한 117대 미국 의회 의원들 가운데 외국 태생 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 출신인 의원은 적어도 76명으로 전체 의원의 14%에 달합니다.

유엔은 올해 ‘대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전 세계 주요 분쟁의 4분의 3이 문화적 차이와 관점에 기인한다며, 이런 “문화적 격차를 좁히는 것이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북한은 최근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더 탄압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북한 당국이 국경을 무려 16개월째 봉쇄해 일부 무역을 제외한 외부와의 교류가 사실상 모두 중단됐고,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영국 문화원의 대북 영어 교류 프로그램, 스웨덴의 인적 교류 프로그램 등도 지난 2017년 이후 중단됐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후 부르주와 사상문화는 위험한 독소라며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몸매 바지로 불리는 ‘스키니진’ 등 옷차림과 머리 단장까지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모든 북한 주민이 “총폭탄이 되어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자”는 획일적, 집단주의 구호를 수십 년째 선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사는 탈북민들은 이런 북한의 모습에 탄식과 한숨만 나온다고 말합니다.

최근 영국의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티머시 조 씨는 27일 VOA에, 많은 탈북민은 세상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통해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고 개인의 삶도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상교양 학습이 아니라 외부 정보와 문화적 교류를 통해 세상을 바로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그런 문화적 교류는 필요한 겁니다. 그것을 일단 알아야 사람들이 (세상을) 볼 수 있는데, 북한은 모든 것을 블록해 놓으니까. 이런 문화적 부분들을 좀 더 상징시켜서 정치에 너무 고립되지 말고 문화는 문화대로 서로 교환하고 교류하는 부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 씨는 김정은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은 스위스 유학을 통해 다양한 선진 문화를 체험했고, 형인 김정철은 세계적인 가수이자 기타연주자인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까지 가면서, 정작 주민들이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시청하면 수용소로 보내는 행태는 “지독한 독재이자 위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그 사람(김정철)도 영국의 문화를 체험하려고, 콘서트에 참석하려고 경호원과 같이 영국에까지 몇 년 전에 온 것으로 아는데, 그런 것을 (지도자 가족뿐 아니라) 널리 북한 젊은 친구들이나 학교, 사회에서도 접할 수 있게! 요즘은 글로벌 시대가 된 지 오래됐고 지금 그길로 계속 가고 있는데, 북한만 계속 고립적으로 들어가니까…”

평양 출신 탈북민 나민희 씨 등 수십 명에 달하는 한국과 미국의 탈북민 출신 유튜버들도 이런 고립된 북한 문화와 세상을 자주 비교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힘과 지식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녹취: ‘평양여자 나민희’ 유튜브 채널] “유럽에서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할 때 외국인들을 보면서 자유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내 생각을 말할 자유, 직업을 선택할 자유, 외국인을 친구로 둘 자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자유, 밤새 클럽에서 뛰어놀 자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자유, 듣고 싶은 노래나 영화를 마음껏 보고 들을 자유, 불의에 대해 참지 않고 비판할 자유 이 모든 것이 북한에는 왜 없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죠. 그동안 내가 누렸던 자유는 무엇이었을까?”

탈북 화가인 송벽 씨도 앞서 VOA에, 창의력이 생명인 북한의 예술인들이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다른 지구촌 주민들처럼 신이 창조한 자연과 문화적 다양성을 누리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벽 씨]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인간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권리와 행복을 찾을 권리를 하나님이 주셨잖아요. 그런데 이천만이 김씨 일가를 위해 총폭탄이 되자는 게 말이 되나요? 길거리에 나가 보세요.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꽃들이 만발하고, 새봄에 만물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사람들도 자기 몸매를 뽐내느라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나와 즐기고,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기 삶의 의욕과 자태를 자랑하잖아요.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표정도 제대로 없잖아요. 자연이 가져다주는 이 아름다움을 감상도 못 하고. 그런 게 안타깝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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