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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의사들 “전염병 대응 취약한 북한...우한폐렴 방역 남북협력 시급"


지난 2003년 4월 사스 사태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의료진이 외국 방문객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진력하고 있지만, 낙후된 진단법과 열악한 의료환경이 큰 걸림돌이라고 북한 출신 의사들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전염병 대응 과정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고, 한국 정부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우한 폐렴을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며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감염 여부를 진단할 장비와 기술은 매우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진의대 졸업 후 의사로 활동하다 탈북한 한국 고려대 최정훈 공공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29일 VOA에, 북한의 전염병 진단법이 한국이나 미국처럼 과학화되지 않은 게 대응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교수] “진단이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체를 밝혀내는 것! 실험 실적으로 이건 뭐다, 무슨 균이다, 무슨 바이러스라는 것 등 빨리 정체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데 그 게 북한에 안 돼 있습니다.”

현미경과 배양기 등 실험기구는 40년 이상 된 것이 많고, 겨울에는 전기와 연료 부족으로 실험실 적정온도 유지가 힘들어 정확한 진단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최 교수는 지난 2006~2007년 북한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던 홍역을 처음에 성홍열로 잘못 판단해 수 개월 동안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균조차 제대로 분리하지 못 하는 진단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교수] “중앙 기관에서도 당시에 우왕좌왕하고 증상 위주로 전염병을 진단 내렸던 이유는 균 분리를 못 한다는 겁니다. 실험실에서 균을 확인하지 못 한다는 거죠. 모든 전염병은 실험실에서 균이나 바이러스를 분리해야 하거든요. 그걸 당시에 못해서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던 거죠.”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한국 질병관리본부 등은 판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 염기서열 분석 또는 유전자 검출 검사법 등 최신 방법을 동원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 바이오벤처 업체들이 최근 우한 폐렴을 1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양한 진단키트를 개발해 정부 당국과 공급 여부를 협의하는 등 진단 수단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도 29일 우한 폐렴에 대한 “의학적 감시와 진단, 치료약물 개발과 관련한 연구 등이 성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적극 떠밀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늘 구호에 그치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일단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하기 힘든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북한 당국이 국경 차단 등 총력전을 펼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청진의대 동의학부(학의학) 출신으로 남북한에서 모두 한의대를 졸업한 뒤 한의사로 활동 중인 김지은 씨입니다.

[녹취: 김지은 한의사] “만약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거기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거죠, 의약품이 없어요. 지금 전 세계적이긴 하지만 백신도 우선 없잖아요. 그리고 북한이 오랫동안 의료, 식량 상황이 많이 어려워서 일반 국민의 거의 70~80%가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죠. 그러니까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전멸한다고 봐야죠.”

북한 당국이 이번 우한 폐렴을 국가 존망과 연계한 것도 이런 열악한 의료환경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 씨는 그러나 역학조사 등 전염병 관리체계는 북한의 강력한 통제력 때문에 한국보다 환경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지은 한의사] “거기는 담당구역제로 되어있고, 매 의사가 자기 담당구역을 철저히 관찰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감염 경로라든가 전염병이 검역, 어떻게 들어왔고 그 사람이 누구를 만났고 하는 것은 한국보다 훨씬 통제가 잘 되어 있어요.”

북한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자유세계처럼 잠복환자가 아무 곳이나 가서 많은 사람을 접촉할 수 없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을 신속히 차단하고 검역을 강화한 것은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과거 전염병 역학조사를 진행했던 최정훈 교수는 북-중 접경 지역의 밀무역 활동까지 북한 당국이 검역할 가능성이 적고, 의심환자를 격리할 시설이 없다는 게 또 다른 허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최정훈 교수] “제일 중요한 게 의심자, 확진자, 환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접촉자, 혹시 의심이 되는 사람들을 1차적으로 격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격리하려면 남한은 문제가 안 되는데, 북한 사람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살아요. 격리시키면 밥은 먹여야 하잖아요. 격리하려면 식량 보장이 돼야 하는데 북한은 그게 안 됩니다.”

북한에서 인도적 의료 지원을 오랫동안 펼쳤던 서방의 한 관계자는 29일 VOA에, 지방은 환자가 흘린 피를 다시 담아 수혈할 정도로 위생 환경과 장비, 약품이 모두 열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CT 촬영을 위해 많은 뇌물과 여행비를 들여 평양을 방문하는 게 현실이라며, “북한 당국은 무상치료란 허황된 구호보다 열악한 부분을 솔직히 한국과 국제사회에 밝히고 대의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은 한의사도 북한 당국이 진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지은 한의사] “(국제사회에) 솔직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와주세요 하고요. 예를 들어 우한 폐렴이라고 하면, 중국 우한에 갔다 온 사람이 3명이 있고 그 중에 1명이 확진이 됐다고 하던가. 지금 몇 명의 의심자가 있는데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없다. 도와달라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국제사회에 드러내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심을 다해 도움을 요청하고. 이렇게 해야 자국민을 달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한국 정부의 전염병 대응 협력 제안을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전염병 방지를 위한 남북 의료협력 예산으로 1천 406억여 원, 미화로 1억 1천 900만 달러를 편성했지만 전혀 집행하지 못했습니다.

탈북 의사들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력 제안도 거부했다며, “북한의 진정한 정면돌파전은 체면보다 인민 우선의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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