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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김정은 '고난의 행군' 발언...대미 메시지, 내부 결속용"


한국 수서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수서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정책 발표를 앞두고 미국에 보내는 여러 전략 메시지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삼중고 속에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을 고려한 내부 결속용이라는 진단도 제기됐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포 비서 대회 마지막 날인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폐막식에서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서며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8차 당 대회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이 순탄하지 않았다면서,“당 중앙위원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 조직들, 세포비서들이 더욱 더 간고한 ‘고난의 행군’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1930년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할 때 일본군의 토벌을 피해 100여일 간 행군한 데서 유래한 말로, 1990년 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에 따른 기근으로 아사자 수십 만명이 발생하자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북한 당국이 내놓은 구호입니다.

캔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9일 VOA와의 통화에서 2016년에 이어 5년 만에 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공개되기 전 북한이 보내고 있는 대미 전략 메시지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And we are seeing this which is hey, we are suffering economically, which I think try to send the message to US that there’s no reason to put more sanctions on North Korea.”

북한이 이번에 ‘고난의 행군’을 언급한 것은 이미 여러 악재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만큼 북한에 추가로 제재를 부과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고스 국장은 북한이 현재 미국과 한국, 일본을 향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동시에 ‘피해자 카드’(victim card)를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은 당분간 대외관계 개선이 어려워 보이고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부를 향해 더 많은 고난을 감수하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워츠 국장] “The message Kim is implicitly trying to convey to these local Party officials essentially seems to be this: give up your corrupt habits, give up your undeserved privileges, and implement the will of the Party. This is part of a broader effort to increase centralized control over North Korea's economy and the daily life of its people.

김 위원장이 암묵적으로 노동당 간부들에게 부패한 습관과 부당한 특권을 포기해 당의 의지를 실천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를 더욱 증가시키겠다는 광범위한 노력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워츠 국장은 북한이 당 간부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인도주의적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모든 통로가 전면 차단됨에 따라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은 장기간의 대북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연재해까지 맞물린 북한의 경제 상황이 확실히 도전적인 것은 맞지만, 지난 1990년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돌아갈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The political dynamics, economic dynamics, security dynamics are different than they were in 1990s. So I wouldn’t say that it is the return to what we saw in 1990s”

고스 국장은 북한 내부 정보에 따르면 평양 내에서도 정전이 더욱 잦아지는 등 수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어려움도 늘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정치, 경제, 안보 상황은 1990년대와 다르고, 다시 고난의 행군으로 돌아갈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요원 대부분을 자국으로 돌려보내고 외부의 인도적 지원까지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8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북한의 상황이 최악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질문에,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에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달 ‘작황 전망과 식량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접근하기 힘든 나라’로 분류하며, 또다시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했습니다.

FA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 탓에 북한 주민의 식량 안보가 더욱 취약해졌고, 작년 8월과 9월에 잇달아 발생한 홍수와 장마로 북한 남부 지역 주민 피해가 컸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또한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교역 자료에서도 북한 경제의 취약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간 공식 교역액은 전년 대비 81% 감소한 5억 3천905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북중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98.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지난달 31일, 북한이 신종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대외 교역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1월과 2월, 인적 물적 왕래가 필요 없는 전력 수출을 제외하고는 교역 내용이 거의 없다며, 실제로 이 기간 전체 북중 교역액 327만 달러 가운데 324만 달러가 전력 교역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원부자재와 식량 등의 생필품 수입이 끊겨 물가도 불안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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