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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민보안성 ‘법투쟁 일꾼 참고서’ 공개


북한의 사회에 식량난이 심각하고 남한의 동영상 등을 사고 파는 일들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람을 살해해 인육을 먹은 범죄나 마약 제조 같은 사건들도 실제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북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이러한 범죄들은 탈북자 구출사업을 하는 남한의 갈렙선교회가 2009년 6월 당시 입수한 북한의 '법투쟁부문 일군(일꾼)들을 위한 참고서'에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의 인민보안성 출판사가 발간한 791쪽 분량의 이 자료에는 형법과 민법, 형사소송법 등 3개 법에 관련된 총721건의 사건을 예로 들며 범죄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처벌 지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참고서 머리말에는 이 도서는 처음으로 출판된 것이며 인민보안사업 과정에서 실재한 사건, 사정들과 있을 수 있는 정황에 기초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처벌 지침 참고서를 펴낸 것은 북한 사회가 그만큼 혼란스러워졌으며 법에 의한 통치를 강화해 가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법연구회 장명봉 회장입니다.

“북한은 그 동안은 이제 김일성 교시라든가 김정일 말씀이라든가 이런 교시 가지고 사회 통제를 해왔다고 할까요. 현재 와서는 그런 교시들이 법 규범화 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러한 자료가 나온 것도 사회 통제 규범으로서 범령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법령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참고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참고서다”

이 자료에는 북한의 식량난, 체제에 대한 반발, 광범위한 남한 문화 침투, 미국 달러화 유통 등 그 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것들이 실제 있었던 일들로 기록돼 북한 사회의 흔들리는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군 통신선을 절단해 식량과 바꿔치기 하다 적발된 사건, 양곡 수송대 소속 운전사가 쌀을 빼돌려 팔다 걸린 사건 등 식량난으로 인한 범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식량공급소장은 주민에게 줄 식량을 친척과 간부들에게 다 줘버려 정작 주민들은 5일치 식량도 받지 못해 사회적 물의가 일어났다고 명시했습니다.

종이가 없어 학생들이 사용할 학습장을 찍어내지 못하거나 온실에 쓸 유리가 없어 암시장에서 쌀과 바꿔 유리를 구할 정도로 원자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민보안서 일꾼들이 시장 판매금지 품목을 단속하고 물건을 압수하자, 주민 20여 명이 몰려가 당국의 책상을 뒤엎고 의자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사례도 소개됐는데 이는 주민들이 당국에 통제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약학대학 한 교원은 집에서 히로뽕류 마약을 만들어 팔다 적발됐고 국경지대에서 싼 값에 마약을 들여와 비싸게 파는 등 마약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연히 주운 라디오로 밤마다 몰래 남한 방송을 청취하다 적발되기도 하고 남한 영화 등을 거래하다가 처벌받는 등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딸만 셋을 낳은 한 여성이 넷째마저 장애 있는 딸임을 확인하고는 굶겨 죽였다는 사건에 대해 이 자료는 불순한 목적이 없는 영아살인은 사회적 위험성이 없기 때문에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해 한국 등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처벌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당시 지침서를 발간한 북한 인민보안성은 현재 인민보안부로 개칭됐으며 남한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국가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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