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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럽 국제인권회의 “북한도 국가인권기구 세워야”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유럽 의회에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유럽의회와 한국의 북한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브뤼셀에서 공동 개최한 북한인권회의 소식을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럽의회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회의의 주제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방안’ 입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개회 연설에서 북한 김정일 정권의 3대 세습으로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고문과 반인륜적인 구금 환경, 종교 탄압, 공개 처형, 강제 노동, 정치범 관리소 등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인권문제에 개선 기미가 없다는 겁니다.

현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와 이념이 아닌 인류 보편적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2003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유럽의회가 이런 노력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원재천 정책교육국장은 이날 회의 뒤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날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유럽의회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에도 국가인권기구를 세우도록 EU가 권장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북한에 바른 정보, 외부정보를 전달하는 데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것, 세 번째는 정치범 수용소 든지 북한의 구금시설에 수용된 아동들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 그리고 국군포로, 이산가족, 납북자 문제를 국제 인권 이슈로 제기를 해줘야 한다.”

원 국장은 또 북한이 국제장애인권리협약, 국제형사재판소의 설치 근거인 로마협약 등 국제 인권협약에 가입하도록 유럽 의회가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원 국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6명의 의원들 대부분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이를 차기 북한인권결의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유럽의회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소속 의원들이 10월쯤 남북한을 방문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인권결의안은 방문 결과를 토대로 인권소위원회에서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연설한 슬로바키아 출신의 미로슬라브 미코라식 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치범 관리소와 북한 주민의 인권 유린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에는 15만 명 이상이 수감돼 있고, 주민이 가장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표현과 집회, 이동 등 기본적인 자유가 유린되고 있을 뿐아니라 적법한 사법절차 없이 재판이 진행되는 열악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반도관계대표단 소속이기도 한 미코라식 의원은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을 압박하기 보다는 보다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의회는 이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의 베네딕트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이날 발표에서 비판적 개입(critical engagement)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헬싱키 협약의 틀을 북한에 적용하는 동시에 유엔이 북한 정부에 대해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헬싱키 협약은 과거 서방 국가들이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과 안보와 경제, 인권을 한 바구니에 넣어 협상해 동유럽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며 개방으로 이끌었던 협약을 말합니다.

한편 한국의 이우열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부위원장은 행사 직후 ‘미국의 소리’ 방송에 국제사회가 이산가족 문제를 인권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행사에서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국제적십자사 차원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하던 모든 행위를 이젠 국제사회가 인권, 이산가족의 인권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풀어 나가고, 유럽이 이를 유엔인권이사회에 강력히 요구해 달라. 당신들도 아침에 가족들을 보며 나왔을 텐데 62년 동안 우린 가족의 생사조차 모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유럽이 이를 인권 차원에서 빨리 다뤄달라고 유엔에 얘기하며 같이 공조해 나가자. 그게 저의 요청 사항이었습니다.”

이날 국제회의에는 유럽의 인권전문가들 외에 유럽에 정착한 탈북자 2명이 참여해 북한 내 식량 문제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대표단은 이날 행사에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 국제사법재판소(ICJ),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담당자들을 만나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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