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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북한 보도 과도한 수준”


일본 언론들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달 말 방중을 예고하는 전망 보도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 경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 일본 언론이 왜 이렇게 북한 관련 보도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문) 최근에 일본 언론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설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지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 1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달 말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구요. 이어서 23일 `도쿄신문’과 `교도통신’이, 24일엔 `마이니치신문’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보도했습니다. 일본 신문의 경쟁적 북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후계자 문제에 관해선 몇 년 전까지 방송사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후지TV’가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차남 정철의 동선을 독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3남 김정은 관련 보도는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해 6월 김정은의 베른 유학 시절 이야기와 사진을 특종 보도해서 후계자의 실체 일부를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 북한에 관한 보도가 많은 만큼 특종도 있었지만, 오보도 많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의 오보 사례는 지난 20일 마이니치신문이 1면에 북한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 씨의 최근 사진을 크게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바로 한국 정보당국이 사진에 실린 인물은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김광남이란 인물이라고 확인해서 오보로 판명됐었습니다. 또 지난 해 6월엔 `아사히TV’가 김정은 씨의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면서 선글라스를 쓴 20대 남자의 사진을 공개했었는데요, 이것도 불과 몇 시간 후 사진 속 인물은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 중인 한국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아사히TV는 명예훼손을 했다는 이유로 상당한 거액을 사진 속의 실제 인물에게 변상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공영방송인 NHK는 지난 해 4월 군 당국의 미확인 정보를 인용해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는데요, 북한 로켓은 방송 보도가 나온 지 24시간 후에야 발사돼 NHK는 국제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문) 북한 관련 보도에 대해선 일본 언론이 특종도 많고, 오보도 많은데요. 이렇게 일본 언론이 북한 보도에 집중하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답) 말씀하신대로 일본 언론은 북한 보도에 상당히 집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본 언론사엔 북한 담당 기자도 많은데요, 마이니치신문의 경우 중국에 파견한 특파원 4명 중 1명이 북한 뉴스만 전담하는 기자입니다. 또 교도통신과 NHK도 북한 전담 특파원을 베이징에 두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이 북한 뉴스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2002년 9월 이후라는 게 중론입니다. 일본 언론엔 그 때까지 북한의 위험성을 일본 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담이 있었고, 이 같은 부채 의식이 북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일본 언론의 서울특파원이 서울에서 납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송고하면 한국 정보당국의 조작이라는 시각이 제기돼서 신문 지면 등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는 순간, 북한에 대한 금기가 일거에 깨지면서 나머지 언론들이 과거를 보상하려는 듯 경쟁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문) 그렇지만 일본 언론의 최근 북한 보도는 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 일본 언론의 북한 관련 보도는 일반 독자가 볼 때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즈오카 현립대 고하리 스스무 교수는 “사실상 일본 언론에 국제적 특종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불안정한 북한만 남은 상황”이라면서 “특종을 선점하기 위한 일본 언론사의 내부 경쟁이 북한 보도를 양산하는 한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언론은 1997년 중국의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이 사망하기 직전에도 비슷한 취재 경쟁을 벌였는데요, 그러나 이후 중국 정국이 안정되면서 시선을 북한 문제로 돌린 경위가 있습니다. 일본 언론의 이런 태도를 전통적 안보관에서 파악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주적을 중국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본은 한반도 문제를 대륙과 열도의 세력균형을 흔드는 안보 불안 요소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일본은 김정일 정권이 무너져야 납치와 핵 문제가 해결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있고, 이런 인식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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