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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투자 확대하는 중국, 꺼리는 미국


중국 기업들이 이라크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치불안과 치안 문제를 이유로 투자에 신중한 미국 기업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인데요.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문은 미국이 열었는데, 실속은 중국이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이라크 내 중국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답) 네, 중국 기업들은 지난 2년 동안 이라크 석유자원부가 계약한 11건의 사업권 가운데 3건을 따냈습니다. 계약한 유전에서 앞으로 7년 동안 4백50%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중국은 또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합의한 30억 달러의 유전 사업권을 재협상 하고 있고 남부에는 10억 달러 상당의 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최근 중국의 이런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미국의 상황과 비교하며, 이라크에서 또 하나의 자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풍부한 자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비난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오히려 이라크 침공을 강력하게 비난했던 중국이 실익을 많이 보고 있다는 얘기네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중국은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서방 세계가 주도한 재건 사업에도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죠.

) 그랬던 중국이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이라크에 투자를 확대하는 겁니까?

답)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확보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4월 현재 하루 석유 수요량이 8백 43만 배럴이라고 에너지 정보업체 ‘맥그로 힐’은 밝혔습니다. 이는 1년 전 보다 12.7 %가 증가한 겁니다. 이 같은 수요는 중국이 자체 생산하는 석유의 2 배에 해당하는 거죠. 그러니까 나머지 부족분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에너지 확보에 나서는 겁니다.

)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이 이라크에 더 투자를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중국의 석유 수입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란 핵 문제로 유엔이 4차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국제 제재에 동참해야 하기 때문에 이란과의 거래가 불편한 거죠. 게다가 아프리카의 주요 석유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수단 역시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을 받아 수배 중인 상태입니다. 갑작스레 거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이란과 수단보다는 안전한 이라크에 더 집중하겠다는 중국의 복안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 이라크의 닫힌 문을 열었던 미국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한국 속담이 있는데, 그런 양상으로 봐야 할까요?

답) 적어도 이라크 관리들과 사업가들은 그런 비유가 적절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파우지 하리리 이라크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했는데 결실이 아직 없다는 겁니다.

) 미국은 이라크에 현재 어느 정도나 투자하고 있습니까?

답) ‘워싱턴포스트’는 2개의 기업만이 이라크에서 유전 개발권을 따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제네럴 일렉스릭(GE)이 발전 설비와 관련해 30억 달러의 계약을 맺은 것과 보잉의 사업권을 제외하면 거의 실적이 없다는 겁니다. 이는 이라크에 투자하는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이라크 내 한 투자분석기관이 밝혔습니다.

)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미국이 이라크의 재건을 주도하는 입장이니까 미국 기업들이 훨씬 사업 유치에 유리할 것 같은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까?

답) 이라크 내 치안과 정치적 불안, 관리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내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의 이라크 투자 전망 보고서 역시 미국 기업들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적인 투자기업은 자체적으로 상당한 치안 비용을 준비해야 하고, 일부 정부 부처에서 계약금을 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밝히는 등 투자에 매력적인 내용을 찾기가 힘듭니다.

) 미국 기업들은 투자에 위험이 있기 때문에 꺼려하고 있고 중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양상이란 건데, 그럼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 유럽은 프랑스, 중동 지역에서는 아랍에미리트,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이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중국과 함께 시멘트 산업에 공동 투자하고 있고, 지난 가을에는 1백 명의 프랑스 기업가들을 바그다드로 불러 닷새 동안 무역박람회를 개최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라크 전역에 걸쳐 7백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남부에 수 백만 달러 상당의 제철소와 발전소 설립 계약권을 따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 나라 모두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거나 전후 복구작업에만 참여한 나라들입니다. 이라크 석유포럼의 분석가인 루바 호사리 씨는 미국이 이라크 내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익명의 한 미국 관리는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시점을 지적하며, 아직 새로운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최선의 시기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습니다.

중국 등 일부 나라들이 이라크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배경, 그리고 미국의 투자가 저조한 이유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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