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창호 재판관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자기 자신을 좀 소개해 주시죠.
답) 예,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9월부터 캄보디아 재판소 재판관으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대한민국 판사로 93년부터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이쪽 재판관으로 선발돼서 여기 와서 재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문) 전범 재판은 좀 생소한 재판인데요. 2차대전 직후 설치된 일본의 극동전범재판과 독일의 나치 전범을 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이 그 시작인가요, 아니면 전에도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답) 2차대전이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2차대전부터 유엔이 직접 관여하면서 전범 재판이 시작됐고, 지금 잘 아시겠지만, 전 유고 재판소가 있고, 르완다 재판소가 있고요, 프놈펜에 캄보디아 재판소가 있고. 그런데 얼마 전에는 이런 식의 특별재판소(special court) 가 아니고 유엔에서 상설적으로 국제 인도법 위반의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재판소가 하나 새로 생겼습니다.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 여기는 특별 재판소가 아니고, 상설 재판소 같이 앞으로 발생하는 국제 인도법 위반 범죄에 대해서는 특별 재판소가 아니라 헤이그에 있는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문) 지금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전범 재판을 담당하셔서 여쭤보는 것인데요. 크메르 루즈는 지난 70년대 후반 양민을 170만이나 대량학살한 장본인인데요. 막상 크메르 루즈 전범 재판이 시작된 것은 최근입니다. 왜 이렇게 재판이 늦게 시작됐을까요?
답) 크메르 루즈 정권이 79년에 붕괴됐지만 그 이후에 계속 캄보디아 자체가 내전 상태에 있으면서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여건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요. 또 캄보디아 사법부 자체가 이런 큰 사건을 다룰 만한 경험이나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계속 처벌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97년에 결국 캄보디아 측에서 유엔에 요청을 했고, 그래서 2003년에 캄보디아 측과 유엔이 합의가 됐고, 그래서 사실상 이 재판소의 시작은 2006년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문)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엔의 전범 재판소는 ‘두치’로 알려진 수용소장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는데요. 이제 사건은 끝난 것인가요?
답) 예, 그 사건이 항소심까지 종결이 된 사건인데요, 1심에서는 유기징역이 선고가 됐었는데, 얼마 전 이뤄진 항소심 재판선고에서 무기징역으로 더 중한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문) 독재자, 또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인데요, 이 문제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좀 설명해 주시죠.
답) 유엔은 지금, 2차대전부터 시작해서 이런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면서까지 꼭 처벌해야 된다는 입장을 계속 보여왔고요. 또 그러한 입장을 상설화 하기 위해서 국제형사재판소 라는 것을 최근에 설치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반인류,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는 끝까지 처벌돼야 한다는 그런 유엔의 입장이 더 강하게, 더 분명하게 국제사회에 구현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 뒤늦게나마 캄보디아 양민 학살범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고 정의가 구현된 것은 잘된 일인데요. 이번 재판이 여타 다른 반인도 범죄에 대해 어떤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강한 신호를 주기 때문에 그런 범죄의 재발을 일단 막을 수 있을 것 같고요. 특히 우리 법정, 재판소 같은 경우는 유엔 독자적으로 설치된 게 아니고 당사국인 캄보디아 정부와 함께 설립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피해자들인 캄보디아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으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요. 또 이런 과정을 통해서 캄보디아 국민들이 어떤, 처벌이라는 그러한 측면 뿐만 아니라 적법한 재판 절차에 대해서 경험할 수가 있고, 캄보디아의 사법부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좋은 영향 까지도 저희가 기대를 하면서 재판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 작은 것이긴 합니다만, 유엔 재판관이 어떤 절차를 통해 선발되는지 좀 설명해 주시죠.
답) 재판소마다 조금씩 절차가 다른데요. 선거, 국가별 선거를 통해서 재판관으로 선출된 경우도 있고요, 저는 재판소를 시작할 때부터, 재판관으로 선발됐던건 아니고요, 중간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그 자리를 메꾸는 식으로 해서 작년부터 여기 재판관으로 오게 됐습니다.
문) 정창호 재판관님은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답) 지금 개성공단 같은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돼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상당히 잘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더 크면은 공장이 많이 들어선다는 점 뿐만 아니라,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각종 분쟁들을 개성공단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틀을 빨리 만들어야 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문) 이미 남북간에 분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있지 않나요?
답) 지금 중재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긴 한데요, 중재기관 구성이 아직도 안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순히 중재로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우리 일반 국내 재판소같이 분쟁 해결을 해주고, 집행까지 완전히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일련의 모든 분쟁해결 절차가 단순하게라도 갖춰줘야 제대로 된 분쟁해결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분쟁해결센터, 이런 거라도 빨리 생겨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 정창호 재판관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답) 네 고맙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크메르 루즈 국제전범재판소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 정창호 재판관으로부터 고문과 학살 같은 반인륜 범죄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국제전범재판소는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정치범 수용소장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처럼 고문과 학살 같은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사람과 독재자에 대한 처벌이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인데요. 한국인으로 현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크메르 루즈 전범 특별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정창호 재판관을 최원기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