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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힐 전 차관보] “미 재무부의 BDA 조치 사전에 몰랐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북 핵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약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지난 10일 가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북 핵 협상대표로 나서게 된 배경과 대북정책을 둘러싼 행정부 내 이견, 북한 측 협상 상대들에 대한 생각 등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힐 전 차관보와의 대담 내용을 전해 드립니다.

문 12) 2005년 7월 9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과 처음으로 만나셨는데요. 김 부상과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12) “Yes, I had talked on the telephone to the North Korean...”
“네. 김계관 부상과 만나기 한달 전인 2005년6월에 뉴욕에서 열린 비정부기구 토론회에 참석 중이던 북한 인사와 전화로 간단한 인사를 나눴습니다. 당시 뉴욕에 있던 조셉 디트라니 미국 측 협상 부대표가 북한과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한 인사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북한 측 인사들은 디트라니 부대표에게 미-북 양자회담이 6자회담 재개 발표로 이어질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문 13) 김계관 부상과의 만남은 누가 먼저 생각해 낸 겁니까?

답13) “We talked about, we knew the North Koreans would be in...”
“저는 북한 인사들이 비정부기구와 관련해 뉴욕을 방문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측은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제기한 질문은 미-북 양자회담이 언론을 통한 북한의6자회담 복귀 발표로 사실상 결론 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북한은 당시 미국에 이렇게 말할 준비가 돼 있진 않았지만, 미국과의 양자회담이 이뤄지면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문 14) 김계관 부상과의 첫 회담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또 김계관 부상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땠습니까?

답14) “We met in a Beijing Hotel owned by the Beijing Government...”
“저와 김계관 부상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베이징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김 부상 등 북한 당국자들은 매우 경직돼 있었고 솔직히 전혀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진지해 보였는데요. 미리 준비한 대본도 갖고 있었습니다. 회담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는데요. 처음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북한이 평양에서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나아졌습니다.”

문 15) 김계관 부상과의 첫 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요?

답15) “That it would be very difficult, and...”
“북한과의 협상이 매우 어려울 것이고, 북한이 모든 제안을 매우 의심스런 태도로 대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문 16) 2005년에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관해 묻겠습니다. 이 성명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이 담겨 있는데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원칙이 만들어졌습니까?

답16) “I don’t recall who came up with the principles...”
“이 원칙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누군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다른 참가국들과의 논의를 토대로 이 원칙을 내놓았던 것 같습니다. 6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기본적인 원칙이자 목표였습니다.”

문 17) 6자가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05년 9월 20일,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을 ‘우선적 돈세탁 우려대상’ 기관으로 지정하고 은행 내 북한 자금을 동결했는데요. 발표 시점이 적절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17) “Well, these efforts, during the time North Koreans were not...”
“북한이 6자회담에 불참하던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핵 계획과 관련한 북한 정권의 돈줄을 막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노력과 관련해 자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거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당시 6자회담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이런 노력이 6자가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시기에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은 불행하지만 우연하게도9.19 공동성명이 합의된 시기였습니다. 미국은 불법 계획들에 대한 북한의 자금 지원을 막는 방안을 모색할 권리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가 그들을 불신하고 있거나, 이중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문 18) 당시 미 재무부가 BDA 은행을 ‘우선적 돈세탁 우려대상’ 기관으로 지정해 발표할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답18) “No, I don’t think anyone was aware...”
“아닙니다. 몰랐습니다. 재무부의 발표가 있을 거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 불법자금의 근원을 확인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문 19) 만일 재무부의 발표를 사전에 알았다면 이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도록 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답19) “Oh, I don’t know. I think what we in the negotiating side...”
“잘 모르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협상 당사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재무부의 발표를 중단 또는 연기시키는 것은 제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 질문은 부시 대통령에게 제기돼야 합니다. 저는 부시 대통령이 당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20) 힐 전 차관보님, 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이 국제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차관보 재직 당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계셨습니까?

답20) “Well, we had a situation where the intelligence was very incomplete...”
“당시 미국은 정보가 매우 불완전한 상황이어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강화됐는지 여부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또 이라크의 핵 능력에 대한 미국의 관점을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 관련 문제를 종결하지 않고 계속 관심을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을 다루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기로 했는데요. 당시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이 매우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는 것은 전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해 논의하지 않거나,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합의하지 않은 겁니다.

문 21) 지난 11월 북한이 미국의 핵 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을 때, 놀라셨습니까?

답21) “No, we knew that they had had programs of this kind...”
“아니요. 놀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여러 차례 진상 규명을 요구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검증이었는데요. 2008년 가을 6자회담을 결렬로 이어지게 한 문제의 일부는 북한이 미신고 핵 시설에 대한 우리 측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시도한 것은 우라늄 농축 시설일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헤커 박사 일행을 초청해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핵 신고였습니다. 이번 핵 신고는 북한이 앞서 행한 핵 신고 내용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겁니다. 북한이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제가 놀랐는지 여부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종결하지 않은 미국의 정책이 정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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