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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 저자 블레인 하든


미국의 소리 기자와 인터뷰하는 블레인 하든 기자 (오른쪽)
미국의 소리 기자와 인터뷰하는 블레인 하든 기자 (오른쪽)

북한 정치범 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한 신동혁 씨의 삶을 그린 책 ‘14호 개천관리소에서의 탈출’이 2주 연속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23일 현재 이 책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책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4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든 씨는 이번 주부터 신동혁 씨와 함께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순회하며 사인회 등 홍보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출국을 앞 둔 블레인 하든 기자를 워싱턴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문) 하든 기자님 안녕하세요. 먼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걸 축하 드립니다.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습니까?

[녹취: 하든] “My job, when I went to Northeast Asia my boss said try to tell me what’s going on.

답) “제가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동북아시아 담당 특파원으로 갔을 때 편집장이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북한에 관한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라고 말했습니다.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미국인 기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은 데다가 실체를 취재하기는 더 더욱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에 저는 어떻게 북한이 전체주의 국가로서 그렇게 길게 생존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대체 어떤 비결이 있기에 세계에서 가장 길게 마지막까지 이런 체제를 유지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때 신동혁 씨에 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 이게 바로 북한이 어떻게 움직이는 나라인지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고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야기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문) 어떻게 해서 그런 확신이 들었습니까?

[녹취: 하든] “Because he is one person and if you know the story..

답) “왜냐하면 독자들이 이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정치범 관리소의 실체와 북한 정권의 압제, 잔인함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혁 씨는 기자인 제게 아주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저의 취재 고민을 신동혁 씨가 해결해줬기 때문입니다. 신 씨는 제게 위대한 선물과도 같습니다.

문) 하지만 신동혁 씨에게서 아픈 과거를 꺼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도 신동혁 씨를 과거에 인터뷰해 봤지만 관리소의 인권 유린에 대해 냉소적인 한국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닫혔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녹취: 하든] “He did not like my questions. He did not like the process..

답) “신동혁 씨는 저의 질문들과 고통스런 과거를 꺼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밀고로 어머니가 처형을 당해야 했던 기억, 자신에게 중국을 소개한 박 씨가 함께 탈출하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감전돼 죽은 기억. 또 그의 시신을 밟고 나서야 고압전류를 피해 관리소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기억들은 그에게 모두 악몽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년에 걸친 긴 설득과 인터뷰 과정 속에서 동혁 씨는 마음을 마침내 열었습니다.

미국과 세계인들이 그의 얘기에 관심을 가져줄 것이고, 북한 정권의 잔인함을 세상에 알려 관리소 동료들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거죠. 신동혁 씨는 정말 인내가 많고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긴 시간의 인터뷰를 잘 견뎌 주었고 많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이겨냈기 때문입니다.

문) 책을 쓰실 때 무엇보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신동혁 씨의 얘기만 듣고 글을 쓰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확인 과정을 거치셨습니까?

[녹취: 하든]

답) “저는 북한에 들어가 14호 개천관리소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북한 정부는 관리소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로서 취재 확인에 필요한 기본적인 절차를 적용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다른 네 가지 대안들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신동혁 씨의 몸입니다. 그의 몸은 본인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동혁 씨는13살 때부터 구타와 고문을 받았고 화상도 입었다고 했는데요. 그의 등에는 정말 끔찍하고 공포를 연상케 하는 형용하기 힘든 흔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재봉틀을 실수로 떨어뜨려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지도원에게 손가락이 잘렸다는 얘기 역시 잘려있는 그의 가운데 손가락이 증명해줬습니다. 그 밖에 수많은 상처들이 그의 몸에 있습니다. 동료를 밟고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넘다가 입은 심각한 화상 역시 그의 무릎과 발 사이 다리에 분명히 있었습니다. 모든 증언이 일치했던 거죠.

문) 몸에 그런 모든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있다니..아직까지도 회복이 다 되지 않았다는 말이 실감이 좀 가네요. 또 어떻게 확인을 하셨습니까?

[녹취: 하든] “Secondly is.. Shin is now a part of at least 26 people..

답) 한국에는 적어도 관리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한 26명의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이 있는데요. 그들의 증언과 신동혁 씨의 증언이 거의 다 일치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심층 인터뷰한 관리소 경비대 출신 탈북자 등 3명은 동혁 씨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 뿐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리소에서 오랫동안 지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얘기들이란 거죠.

동혁 씨는 이제 겨우 26살인데 그 나이에 그렇게 관리소 환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끝으로 데이비드 호크 씨 등 외국의 전문가들과 한국의 인권, 법률 전문가들이 수십 명의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동혁 씨의 증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이고 일치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네 가지 확신을 바탕으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문) 한 강연에서 미국인들이 이런 끔찍한 관리소의 현실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책 출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녹취: 하든] “It’s on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list after just week.

답) “책이 출간된 지 일주일 만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신동혁 씨가 말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미국인들의 관심은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미국인들은 정치범 관리소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 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릅니다.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거쳤기 때문에 관리소와 같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었습니다. 미국인들은 그저 북한을 보는 창으로 뚱뚱한 배와 검은 선글라스를 낀 독재자 김정일에 대한 풍자만화, 그리고 그가 핵과 미사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이미지, 평양을 시가행진하는 군대 퍼레이드에 익숙해 있습니다. 지금도 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 고정적 시선을 관리소 같은 북한 주민들의 삶으로 돌릴 때 정말 강력하고 극적인 휴먼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생각해 보세요. 관리소를 탈출하기 얼마 전까지도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 모랐던 한 청년이 목숨을 걸고 탈출해 자유세계에 몇 년째 살고 있습니다. 사랑도 가족의 개념조차 몰랐던 사람이 이제 조금씩 그런 현대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강력한 인간 본연의 이야기입니까? 저는 미국인들이 정말로 북한을 이해하려면 이런 주민들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문) 그럼 개인적으로 이런 관리소의 참혹한 인권 실태에 대해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녹취: 하든] “I’ve been to Burma and traveled …

답) “저는 북한과 함께 아시아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라는 버마도 가 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버마보다 상황이 나쁩니다. 정부의 거의 완벽한 통제와 잔인함은 정말 버마와 비교조차 하기 힘듭니다. 이제 관리소의 인권 재앙에 대해 국제사회는 많은 증거들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유엔이 보다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 역시 관리소의 실체를 부인하기 힘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제적십자사와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실 여부를 가리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 인터뷰 내내 북한 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는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십니까?

[녹취: 하든] “ I think Shin Dong Hyuk’s life in the camp..

답) “신동혁 씨는 관리소를 탈출한 뒤에야 자유세계를 보며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경우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상황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신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신념을 가질 때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능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새 현실은 통일의 형태일 수도 있고 많은 정치적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실상을 발견해 알리는 역할이니까 그런 과정은 다른 분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에 올라있는 책 ‘14호 개천관리소에서의 탈출’의 저자 블레인 하든 기자와의 인터뷰를 전해 드렸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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